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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딱하게 보기] 소수를 위한 서비스, <추리다큐 별순검>

지난 추석에 흥미로운 드라마를 봤다. <추리다큐 별순검>. 구한말에 실재했던, 특수 임무를 부여받은 경찰 ‘별순검’의 활약을 그린 드라마다. 아마 다큐란 단어를 쓴 것은, 실재했던 사건 기록을 토대로 했기 때문일 거다. 한 사건이 끝날 때마다 굳이 변호사가 나와 설명을 해주는 것도, 실제 있었던 일임을 강조하기 위해서일 테고. 어쨌거나 <C.S.I.>의 영향을 받아, 조선시대 검시 과정을 알려주는 <추리다큐 별순검>은 꽤 재미있었다. 얼마 뒤에는 정규 프로로 편성돼 매주 토요일에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조기 종영을 한다고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시청률이 5%밖에 안 나온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웃기는 소리다. 한국처럼 추리소설의 대중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나라에서, 추리 드라마도 거의 없는 현실에서, 주말 황금시간대에 <추리다큐 별순검>을 방영하면서 높은 시청률을 기대한다는 것부터가 망상이다. 하물며 막강 마니아들이 존재하는 <C.S.I.>조차 심야시간에 방영을 하지 않는가. 아무런 저변도 없는 상황에서, 막강한 오락 프로그램들과 맞붙여 승리하라는 것은 대체 어떤 발상에서 비롯된 것인지 궁금하다.

<추리다큐 별순검>의 조기 종영 파문을 보고 있으면, 한국의 공중파 방송이 자멸하고 있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시청률이 중요하다는 것에 일면 동의할 순 있지만, 단순히 시청률만 가지고는 어떤 것도 알 수 없다. 단순히 시청률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광고가 붙는 현실이기에, 무조건 시청률에 복종해야만 하나? 프로그램이 좋은지 나쁜지는 물론이고 그게 정말로 인기가 있는지, 시청률은 정확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많은 사람이 본다고 해서, 그게 반드시 광고효과가 높다고 볼 수도 없다. 그런 단순함이, 한국 광고시장을 멍텅구리로 만든다.

월드컵 같은 아주 특정한 사안을 제외하고는, 대중의 관심이 하나로 모아지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한국에서 비주류의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좀 더디게 진행되고 있을 뿐, 하나의 대중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저마다의 관심과, 저마다의 주장으로, 자기만의 선택을 하는 것이 요즘 사회다. 하지만 공중파는 늘 다수, 혹은 국민의 입장을 내세운다. 대중의 공익을 위해서, 라는 허구적인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채 그저 무난한 작품을 답습하는 것에 그친다.

정작 흥미로운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케이블 TV에서 방영된다. 새로운 시도들을 ‘시청률 저조’라는 이유만으로 폐기처분할 때마다, 공중파 TV는 누군가의 관심에서 다시 멀어질 것이다. 특정 타깃은 케이블 TV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공중파 역시 변해야 한다. 시청률 만능주의는 소수의 관심밖에 끌지 못하기 때문에 버려도 된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소수를 끌어들여, 다양한 소수의 많은 사랑을 받는 게 지금 필요하지 않을까? <추리다큐 별순검>의 조기 종영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역시 케이블 TV가 좋아, 였다. 형편없이 부족하기는 하지만, 소수를 위한 서비스가 없으면, 그건 시대착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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