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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네트 베닝, 제레미 아이언스의 ‘나의 연기론’, <빙 줄리아>
ibuti 2005-12-09

인터뷰로 구성된 영화 뒷이야기

<빙 줄리아>는 ‘극장이 현실이고 바깥 세상은 허상이다’라고 믿으며 살아온 여인의 이야기다. 오래전에 죽은 연기 선생은 유령이 되어 곁을 맴돌고, 주변인들은 그녀의 모습이 진심인지 연기인지 구분하지 못한다. 무대와 배우와 연기에 관한 작품으로 <빙 줄리아>를 관심있게 본 관객이라면 DVD 음성해설을 놓치면 안 되겠다. 이스트반 자보와 두 배우는 주제를 늘려 영화와 연극과 연기에 대해 이야기하기로 작정한 것 같다. 연극무대에서 경력을 시작한 아네트 베닝과 제레미 아이언스가 드라마틱한 목소리로 경쟁하듯 풀어내는 연기론은 관객에게도 유용하다.

시대와 인물을 섬뜩하게 묘사하던 시절의 이스트반 자보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서머싯 몸의 <극장>을 영화화한 <빙 줄리아>를 어색한 문예영화로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제 ‘영화의 힘은 배우의 표정에 달려 있다’고 믿게 됐다는 자보의 말처럼, <빙 줄리아>는 배우들의 명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감상의 시간을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는 작품이다. 특히 거창함 속에 우아함을 잃지 않은 아네트 베닝의 연기는 그레타 가르보가 부럽지 않다. 그녀의 연기를 보노라면 열정과 배신과 유쾌한 복수극 끝에 무대가 아닌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게 된 줄리아에게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다. 고색창연한 영상이 DVD 속에선 답답하게 느껴져 아쉬운 가운데, 음성해설 외의 부록으로는 주로 인터뷰로 구성된 영화 뒷이야기, 부다페스트와 런던의 제작현장을 담아놓은 메이킹필름, 왠지 상당히 튀는 4개의 삭제 장면이 간략하나마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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