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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남자> 감우성, 광대만들기 [3]
이종도 2005-12-06

트리플 에이 무술팀 지도에 따라 감우성과 이준기가 구르기 텀블링 땅재주 싸움 등을 이틀 동안 배우는 자리다. 줄타기에서 띠동갑인 감우성에 줄곧 밀리면서 체면을 구겼던 이준기. 오늘은 스트레칭부터 출발이 좋다. 스트레칭에서 다리를 벌리니 정확히 180도가 만들어진다.

“찢으니까 찢어지네요.” 자기 말투가 오만하다고 생각했을까, 보충설명을 곁들인다. “원래 태권도 했잖아요. 고관절 움직임이 커야 공격할 수 있는 각도가 더 커져요.” 태권도 3단 실력답다. 저 큰 키에 저렇게 높이 발차기가 나오면 꽤 치명타가 되겠다. 이준기가 발을 휘두르자 무술팀 얼굴 위에서 날아다닌다. 그러나 싸움장면에서 그가 실제로 싸우는 건 없다. 그건 장생의 몫이다.

몸을 푼 뒤 발차기 연습에 들어갔다. 대가집 마당에서 한바탕 논 뒤 꼭두쇠와 벌어지는 결투장면이다. 이 싸움을 계기로 장생과 공길은 한양으로 향한다. 점점 고난이도 동작으로 진도가 올라가는데 배우들은 무리없이 따라간다. 매트를 깔고 앞뒤로 구르기를 했다. 실제로 떨어지는 건 대역이지만 여기서 자기 몸을 추스를 수 있어야 맨땅에서 안 다친다는 게 오세영 무술감독의 설명이다.

30분도 안 돼 감우성의 몸은 땀으로 흥건해졌다. 웃통을 벗어던지고 속옷 차림에 고무줄로 머리를 동여맸다. 물구나무서서 구르기, 뒤로 손집고 돌기 등 애크러배틱한 동작이 이어지는데 동작이 자연스럽다. 오세영 무술감독이 “멀리서 보면 무술팀이야”라고 격찬한다. 정 대표는 “무술팀이 준비해온 게 다 끝난 거냐”고 너스레를 던진다. 감우성은 결국 무리하다가 땀을 주르르 흘리며 어지러운 듯 매트에 굴렀다. <간큰가족> 시사회 뒤 마신 술자리가 길었던 모양이다. 멀미가 자꾸 난다고 뇌가 흔들리는 것 같다고 한다. 밤새 술을 마셨다면서 이 정도인데 맨 정신엔 어느 정도일까. 너무 놀랍다고 말하니, 20년 전 쿵후를 공부했다고 한다. “그때 한 기억들로 가는 거예요. 잘해야 먹고살죠.” 그는 준비된 광대였던 것이다. 우리가 다만 그를 제대로 알 기회가 없었을 뿐이다.

왜 이 좋은 것들을 그동안 활용 안 했냐고 했더니, “그나마 느지막이 영화를 하니까 하고 싶은 거 하는 거죠. 아니면 여전히 삼각관계, 이런 거만 하겠죠. 해보고 싶은 거 해보고 죽어야죠”라는 말이 돌아온다. 이제 배우 만들기도 끝나간다. 며칠 뒤면 촬영이다. 내일이 공식 연습의 마지막 일정이다. 마지막으로 더 하고 싶은 연습은 없을까. 감우성은 사물연습을 한번 더 해보고 싶다고 한다.

“쉬운 게 없었어요. 보기는 쉬운데 꽹과리가 제일 어렵더라고요. 우습게 봤는데 제일 부담이 돼요. 오른손으로는 치고, 꽹과리를 든 왼손은 소리를 잡아주는데, 기타로 애드리브하듯 하는 거죠. 그게 해본 사람 아니면 안 돼요. 줄타기도 처음엔 재미가 없어 보였는데 하다보니까, 참 대단한 걸 알겠더라구요. 먹고살기 참 힘들구나….”

담배 한대 피워 물고 쉬려는 찰나, 무술감독이 다시 부른다. 일명 풍차돌리기라는 동작으로, 손으로 짚고 옆으로 구르는 것이다. 감우성은 연습이 끝났는데도 될 때까지 안 되는 동작을 집요하게 반복한다. 다리가 일직선을 유지하지 못하고 뒤로 넘어간다며, 비디오에 찍힌 자신의 동작을 몇번이고 돌려가며 보면서 원인을 찾는다.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일명 화로살판이라고, 화로를 들고 뒤로 두번 도는데도 화롯불이 떨어지지 않는 묘기를 해야 한다. 장생만의 비장의 묘기로 한양의 난다 긴다 하는 광대들을 제압할 묘수다. 장생, 공길 두 광대는 머지않아 장안의 소문을 들은 연산군의 부름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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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씨네21·사진제공 이글픽처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