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으로 눈을 사로잡은 <태양의 서커스>는 내한공연과 TV 방영을 통해 국내에도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다. 그들의 DVD는 예전부터 볼 만한 공연물 DVD로 손꼽혀왔는데, <퀴이담> <쌀땡방꼬> <드라리온> 등 유명 작품이 뒤늦게 국내 출시된다. 그중 TV시리즈 <솔스트롬>은 유명세에서 다소 밀리지만 10시간에 육박하는 규모만으로도 눈에 띄는 작품이다. <솔스트롬>은 태양의 서커스가 그간 선보인 90분 내외의 무대공연을 확장시키려는 시도 중 하나다. 기존 출연진에 각종 묘기의 달인들이 가세한 13개의 에피소드는 원형무대에서 벗어나 각각의 거대한 세트에서 진행된다. 물론 종합선물세트의 한계로 인해 응집력이 떨어지고 라이브 공연의 현장감과 긴장감이 덜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다양한 장르가 뒤섞인 이 초호화판 버라이어티쇼가 초현실적인 순간을 보여줄 때(사진)면 여전히 입이 떡 벌어진다.
‘태양의 서커스’단은 <솔스트롬>에서 이야기 구조를 강화하며 서커스의 미학에 작가의 야심을 결합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해도 그들의 바탕은 ‘엄청난 기교’이며 그 결과는 ‘육체의 스펙터클이 불러일으키는 환상’이다. 그들은 정말 자본주의적이다. 구석으로 밀려난 한국의 서커스단과 비교해보면 더욱 그렇다. 아나모픽 영상과 DTS 사운드가 지원되는 <솔스트롬> DVD는 지금까지 나온 <태양의 서커스> DVD 중 최상에 속한다. 간혹 부록으로 제공되던 ‘멀티앵글 퍼포먼스’가 빠진 가운데, 17분짜리 메이킹필름, 포토갤러리, 예고편 모음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