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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인권문제 다룬 남북전쟁영화, <영광의 깃발>

EBS 11월26일(토) 밤 11시

최근 미국에서 인종 갈등이 이슈화된 적이 있다. 자연재해 이후 수면 밑으로 가라앉아 있던 인종문제가 떠오른 것이다. 전쟁영화 중에서 비슷한 문제를 제기하면서 역사적 사실을 담은 영화로는 <영광의 깃발>을 꼽을 만하다. 덴젤 워싱턴이 출연하는 <영광의 깃발>은,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를 바탕으로 전장에서 피어나는 온갖 갈등의 양상을 펼쳐 보이고 있다.

남북전쟁이 한창인 미국. 명문가의 아들이자 군인인 로버트 굴드 쇼가 부상을 입는다. 이후 그는 진급하면서 흑인 군인들로 창설되는 54연대의 연대장으로 발탁된다. 주지사는 흑인지도자의 제안에 따라 흑인부대의 창설을 결정했던 것이다. 1천여명의 흑인들이 자원한 가운데 부대가 전열을 갖추지만, 흑인이란 이유만으로 군용품 지급도 받지 못한다. 쇼 대령은 차별을 느끼면서 보급을 받기 위해 애를 쓴다. 그러나 흑인에 대한 편견으로 부대는 엉뚱하게도, 남부지역의 약탈 업무에 투입된다.

기실 전쟁영화는 다른 장르영화보다 원초적 폭력을 강조하게 마련이다. 도덕적 신념이나 행동 대신 병사로서의 의무, 동료애가 전면배치되기 때문이다. <영광의 깃발>은 이런 전쟁영화의 특성에 흑인의 인권문제를 가미하고 있다. 그것도 남북전쟁 당시 흑인으로 구성된 부대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흑인들이 노예로서의 삶에서 벗어나 군인으로 거듭나는 과정이 영화의 핵심을 이루는 것이다. <영광의 깃발>에서 인물들 갈등은 단순하지 않다. 흑인과 백인, 백인과 백인, 그리고 흑인 사이의 대립이 반복되며 백인병사들과 흑인들은 서로에게 욕설과 패싸움을 일삼는다. 이후 영화는 클라이맥스로 달려간다. 쇼 대령의 갖은 노력 끝에 흑인으로 구성된 부대는 드디어 전투 기회를 얻는다. 이들은 마침내 첫 전투에 투입돼 큰 공을 세운다. 난공불락의 바그너 요새를 점령하기 위해 부대가 선봉에 나서면서 <영광의 깃발>은 장엄한 스펙터클까지 첨가하면서 볼거리를 갖춘다. 한편, 흑백의 이질적인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공동체 내부에서 결국 평등의 원칙이 받아들여진다는 것은 일견, 진부한 아메리칸 드림의 흔적으로 읽히는 구석도 없지 않다.

에드워드 즈윅 감독은 <영광의 깃발> 이후 <가을의 전설> 등의 평작을 만들기도 했다. 이따금 색다른 작품을 만들기도 한 즈윅 감독은 <커리지 언더 파이어>(1996)를 통해 비교적 뚜렷한 메시지가 포함된 전쟁영화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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