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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안미디어영화축제의 핍 쇼도로프 공동예술감독
오정연 2005-11-24

실험영화는 ‘욕망 그리고 모든 것’이다

지난 11월4일부터 6일까지 열렸던 주안미디어영화축제는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없던 실험영화와 미디어아트전시를 선보인 행사였다. 이중 예술영화제 ‘프랑스 실험영화의 도전’을 프로그래밍한 공동예술감독 핍 쇼도로프는 직접 작품을 만드는 감독이면서, 자신과 동료들의 실험영화를 비디오로 출시하는 회사를 차린 주인공. 그간의 경력을 설명해달라는 요구에 “시간은 충분한가”라며 농담을 던진 그는 과연 음악가로, 감독으로, 배급업자로 바쁜 삶을 살아왔다. 여섯살 때부터 8mm 카메라를 장난감 삼아 놀았다는 쇼도로프는 지금도 8mm 카메라를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닌다. 그는 실험영화란 무엇인지를 묻는 무지한 질문에 “빛과 프레임, 운동, 리듬, 자유, 저항, 열정, 그리고 욕망, 모든 것”이라고 답한다.

-이 영화제의 공동예술감독으로 이름을 올렸는데, 정확히 영화제와 관련해서 어떤 일을 했나.

=사실 예술감독으로 내가 한 일은 파리에서 다 끝났다. 상영작을 선정하고, 그에 대한 글을 쓰고, 이미지를 챙기는 일들. 총 5개의 섹션을 프로그래밍했고, 한국에 도착한 뒤에는 오히려 초대 손님에 가까운 하루하루를 보냈다.

-당신이 만든 작품 <샤를마뉴2: 필쩨르>가 이번 영화제에서 상영됐다. 제목은 어디에서 유래한 것인가.

=샤를마뉴는 행위예술가인 친구의 이름이다. 그는 피아노를 연주하는 게 아니라 두드려서 엄청난 소리를 내고, 멜로디가 아니라 리듬을 만든다. 그가 10년 전에 유럽에서 가졌던 공연장에서 <샤를마뉴>를 찍었다. 그리고 1999년, 파리의 ‘필쩨르’라는 이름의 갤러리에서 그가 공연을 한다며 나를 초대했다. 그때 나는 25분짜리 공연 중 5분 정도를 장난 삼아 촬영했다. 그리고는 까맣게 잊고 있다가, 5년 뒤 개인 현상실에서 그 필름을 발견했다. 공연 당시 MD에 음악까지 녹음했기 때문에, 다양한 방식으로 소스를 인화해서 샤를마뉴가 당시 연주했던 음악에 어울리도록 편집했다.

-실험영화에도 다양한 분야가 있을 텐데, 당신은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나.

=나는 오랫동안 영화를 만들어왔지만, 만든다기보다는 그저 찍는 것에 가까웠다. 실험영화 집단에 들어가면서 좀더 진지해져야 함을 깨달았다. (웃음) 처음에는 연속사진을 찍어 애니메이션처럼 구성하는 작업을 하다가 점차 암실에서 이루어지는 화학작용에 흥미를 느꼈다. 카메라는 아무나 만질 수 있지만, 필름을 만지는 것은 좀 다른 얘기다. 그런 의미에서 <샤를마뉴2: 필쩨르>는 일기처럼 장난처럼 영화를 찍던 초기의 경향, 애니메이션 기법부터 색다른 현상을 고민하게 된 현재까지, 나의 모든 작업방식이 혼합된 작품이다.

-이야기가 있는 영화는 만들어본 적 없나.

=어렸을 때는 찍어봤다. 이야기가 있는 영화를 보는 것은 좋아한다. 제일 좋아하는 극영화 감독은 스탠리 큐브릭. 그는 내러티브와 다큐멘터리, 실험영화적 요소를 모두 가미해 영화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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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최호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