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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극장’ 색다른 빛으로 돌아오다

19일 막내린 MBC ‘태릉선수촌’ 개성·보편의 적절한 조화 끌어내

잘 만들어진 한편의 드라마는 많은 것을 남긴다. 건강하면서도 엄격한 도덕률에 얽매이지 않고, 감동과 흥미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가벼운 자극에 호소하지 않는 드라마는 그 자체로 뜻 깊고 잔잔한 묵상에 잠기게 한다.

19일 막을 내린 문화방송 <베스트극장> ‘태릉선수촌’이 그랬다. 6개월만에 돌아온 <베스트극장>이 이룬 꿈이었기에, 갈팡질팡 방황하는 문화방송이 가야할 길을 잘 보여준 미래였기에 충분히 반가웠다. 시청자들이 이에 합당한 호응을 보여준 것 또한, 그래서였다.

신선한 소재의 개성과 보편적 공감을 자아내는 이야기가 앞길을 텄다. 비인기 종목 국가대표 운동선수들의 애환 어린 일상은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만했고, 그들이 땀과 눈물로 일궈가는 일과 사랑은 깊은 공감을 선사했다.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소재의 특수성과 공감을 부르는 이야기의 보편성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드라마의 성공 요건이, 남달랐던 것이다.

작가와 연출자의 면면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점칠 수 있었다. 극본을 쓴 홍진아 작가는 문화방송 청소년 드라마 <>(1996~1997년), 연작드라마 <떨리는 가슴>(2005년), 한국방송 <학교3>(2000~2001년), <반올림>(2003~2005년) 등에서 이미 깔끔하고 단순하면서도 솔직한 입말 맛으로 정평이 났다. 문화방송 최초의 여성 드라마 피디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붙는 연출자 이윤정 피디 또한,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독특하고 새로운 시선을 지닌, 여성주의적 시각에 얽매이지 않고도 충분히 소수자의 시선을 따뜻하게 있는 그대로 반영하는 감독이라는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

이른바 ‘스타’ 아닌, 배우들의 연기는 내공과 가능성을 보여줬다. 양궁선수 방수아 역을 맡은 최정윤(맨왼쪽 사진)의 연기는 이제 막 물이 올랐다. 차분하고 우아한 이미지와 엉뚱하면서도 활달한 모습을 지닌 복합적 인물을, 능숙하게 매력적으로 연기해 냈다. 체조선수 정마루 역의 신인 김별(왼쪽 세번째)의 연기도 놀라웠다. 강한 승부욕과 자존심을 지닌 체조 유망주의 성공과 좌절을 멋지게 드러낸 김별의 모습은, 연기 못하는 여느 ‘스타급’들과 견주지 못할 바였다. 유도선수 홍민기 역의 이민기(왼쪽 두번째), 수영선수 이동경 역의 이선균(오른쪽) 또한 새로운 가능성을 당당히 보여줬다. 무엇보다 충분한 연습 없이 해낼 수 없는 운동선수 역할이었기에 그들의 피땀어린 노력이 돋보일 수 있었다.

배경음악도 빼놓을 수 없다. 인디밴드 ‘티어라이너’의 박성훈씨가 작·편곡을 맡아 밤을 새웠다. 한달의 작업기간 동안 드라마를 위해 80여곡을 작·편곡했고, 그 가운데 43곡 정도를 드라마에 사용했다. 순수 창작곡은 28곡이었다. 웬만한 16~24부작 미니시리즈에 뒤지지 않는 열정 어린 음악 작업이 드라마의 작품적 완성도에 큰 이바지를 했다.

다만, 함량 미달의 오락 프로그램에 늘상 노출된 시청자들이 ‘태릉선수촌’ 같은 좋은 드라마를 보기에, 주말 밤 11시40분은 너무 늦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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