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 2텔레비전 드라마 <장밋빛 인생>의 뒤를 이을 수목 드라마의 선두자리는 어떤 드라마가 차지할까?
40%를 넘나드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한 달 넘게 1위 자리를 지켜온 <장밋빛 인생>이 지난 10일 막을 내림에 따라, 같은 시간대에서 경쟁할 드라마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문화방송도 수목 드라마 <가을소나기>가 같은 날 종영을 해 한국방송과 문화방송이 약속이나 한 듯 16일 새 드라마 <황금사과>와 <영재의 전성시대>를 각각 선보였다. <장밋빛 인생>의 인기에 눌려 기를 펴지 못하던 에스비에스의 <사랑은 기적이 필요해>도 밋밋하던 줄거리 진행에 반전이 도입되는 등 ‘3사 3색’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복고풍으로 중장년층 노리는 ‘황금사과’ 유쾌발랄 성공담 ‘영재의 전성시대’ 극적 반전 나선 ‘사랑은 기적이 필요해’ 방송 3사 수목금 경쟁 치열
한국방송의 <황금사과>는 <옥이 이모> <서울뚝배기> <서울의 달>을 쓴 김운경 작가와 <명성황후> <무인시대>를 연출한 신창석 피디가 의기투합해 만든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황금사과>는 1960년대 한 산골마을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4남매의 이야기를 그린 시대극. 복고풍을 앞세워 중장년층 시청자를 텔레비전 앞으로 끌어들인다는 전략이다.
경북 문경을 배경으로 4남매의 성장과 인생을 다룰 이 드라마는 초반까지 아역들이 나오고 8회부터 박솔미, 정찬, 김지훈, 이덕화 등 성인 연기자들이 등장한다. 아버지가 계모를 죽였다는 누명을 쓰게 되면서 가정이 풍비박산난 뒤 4남매는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겪게 된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동생들을 돌보며 꿋꿋하게 살아가는 장녀 경숙 역은 박솔미, 서울의 대학에 진학해 현실적인 삶을 살아가는 남동생 경구 역은 김지훈, 반항적인 막내동생 경민 역은 지현우, 경숙의 집안에 계모가 데리고 들어온 딸 금실 역은 고은아가 맡았다.
전작 <가을소나기>에서 2~3%대 최악의 시청률로 참패를 맛봤던 문화방송은 <내 이름은 김삼순> 식의 유쾌한 ‘올드 미스’ 성공 스토리를 다룬 <영재의 전성시대>(극본 김진숙, 연출 이재갑)로 설욕을 노리고 있다. 이 드라마 역시 문화방송 드라마국장 출신의 베테랑 이재갑 피디가 연출을 하고, <한지붕 세가족> <전원일기> 등의 작품을 쓴 김진숙 작가가 극본을 맡아 기대를 모은다.
<영재의 전성시대>는 30살 노처녀 주영재의 좌충우돌 성공담을 경쾌한 터치로 그린 트렌디 드라마로, <황금사과>와는 확실하게 구별되는 색깔을 드러낼 예정이다. <영재의 전성시대>는 반말투의 대사와 코믹한 상황 설정으로 시청자의 눈길을 끈다는 전략이다. <가을소나기>에서 진지한 분위기의 정통 멜로물로 처절한 실패를 경험한 문화방송은 가볍게 만들어야 시청자들에게 먹힌다고 판단한 듯하다.
이 드라마에서 주영재(김민선 분)는 보잘것없는 학벌과 많은 나이, 여성이라는 장벽을 넘어 조명 디자이너로 성공한다. 유준상은 주영재의 상대역으로 조명 디자인업계에서 최고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인물로 출연한다. 영재는 스카우트 과정에서 착오가 생겨 중서의 회사에 취직하게 되고, 중서와 티격태격하며 사랑을 키워간다. 이들 사이에 영재의 전 애인 찬하(조동혁 분)가 끼어드는 것도 ‘삼순이’와 비슷하다.
<장밋빛 인생>의 종영으로 반격에 나선 에스비에스 <사랑은 기적이 필요해>(극본 권민수ㆍ염일호, 연출 고흥식)는 그동안의 코믹 터치 외에 멜로 라인과 휴먼 스토리를 부각시켜 도약을 꾀한다. 김원희와 오대규의 감춰진 관계를 드러내는 것을 계기로 본격적인 스토리를 풀어가면서 시청자를 끌어들일 계획이다. 어린 시절 엄마에게서 버림받아 고아원에서 자란 김원희가 키우고 있는 진토가, 절친했던 친구가 죽으며 남긴 아이이며 진토의 아버지가 오대규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김원희와 오대규는 상처입은 사람들끼리의 공감을 서로 키워간다. 김원희를 둘러싸고 형제 오대규와 이규한이 빚어내는 미묘한 감정선도 극적 흥미를 돋울 듯하다.
‘쪽 대본’(녹화 직전에 급히 쓴 대본을 일컫는 방송가 용어. 책처럼 제본된 것이 아니라 낱장으로 돼 있어서 이런 이름이 붙었음)으로 그날그날 촬영을 하는 드라마 제작 현실에서, 이 주일치 대본이 미리 완성될 정도로 스토리를 탄탄하게 다진 뒤 제작에 임한다는 점도 제작진이 내세우는 강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