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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 은하씨의 행복을 빌며…
신정구(작가) 2005-11-11

10월 18일 결혼식을 올린 영화배우 심은하(왼쪽)씨와 신랑 지상욱씨.

안녕하세요 은하씨! 이런저런 말보다 우선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결혼식에 직접 참여하여 얼굴 뵙고 인사드리는 것이 예의인 줄 알지만 일면식도 없는 제게 청첩장을 보내실 리도 없고 설사 받았다 해도 그날은 제가 무척 중요한 일이 있어 결혼식에 참석할 수가 없었습니다. 홈쇼핑으로 주문한 이사벨 소이 소스 크랩- 일명 김수미 간장 게장이 배송되기로 한 날이었거든요. 하지만 은하씨의 결혼식은 운 좋게도 S방송사의 아침 방송을 통해 생생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예쁜 게 죄라면 정말 능지처참당할 만큼 아름다운 은하씨의 모습에 아침 댓바람부터 괜히 마음이 설레더군요. 이상타~ 이상타~. 분명 완전 비공개라고 했는데…. 이렇게 속치마 까발리듯 낱낱이 보여질 수가 있는 걸까? 근데 뭔가 이상했습니다. 촬영을 위한 기본적인 조명조차 없는 구리칙칙한 화면발. 완전지루해주는 앵글, 학예회 수준의 구성… 옳타꾸나! 영민한 저는 순간적으로 은하씨의 친인척 가운데 한분이 캠코더로 촬영한 것이 유출된 것이구나! 확신했습니다. 이런 나쁜 처삼촌! 혹은 당숙부님! 우리 곱디고운 은하씨 아무렇게나 마구 찍어도 기본적으로 예뻐주시는 우리 은하씨를 도대체 무엇으로 찍었기에…. 그뿐만이 아닙니다. 그리고 은하씨는 소박하게도 어느 작은 동네 마을회관에서 결혼식을 거행하고 계시더군요. 이상타~ 이상타~. 분명 신문보도에는 한강 상류의 엄청 고급스런 호텔의 기품있는 멤버십 클럽의 가든(고깃집 아님)에서 치러진다고 했는데…. 저는 솔직히 은하씨에게 많이 섭섭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팬들에게 공개하실 작정이었으면 첨부터 세상에서 가장 화려하고 성대한 결혼식을 치러주셨으면 얼마나 좋았겠어요. 대한민국에도 다이애나와 찰스(이렇게 이름만 부르니까 내 친구 같네요)의 결혼식처럼 그 어떤 버라이어티 쇼보다 화려하고 박진표 감독님의 영화보다 가슴 뭉클하고 필 콜린스의 노래보다 감미로운 그런 결혼식을 하시죠.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면사포보다 길지 못할 이유가 뭡니까?! 그건 사치와 낭비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우리 모두가 사랑한 심은하니까요. 멀리 해남에서 아직도 주차딱지를 떼던 팥죽색 유니폼의 다림이만 떠올리면 밤잠을 설치는 어부 박종삼씨의 진심어린 축하도 받으시고 남편이 카드를 200만원 넘게 써서 사네 못 사네 하는 수유리 임지숙(결혼 2년차 전업주부)씨의 악의없는 질투도 받으시면서…. 온 국민의 기도와 축북을 부조금 삼아 그 기운으로 부~우~자 돼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시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다 더 깊은 뜻이 있고 피치 못할 사정이 있으신 거 알기에 아쉬운 맘, 어설픈 말간섭은 이쯤에서 접기로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진심을 담아 은하씨에게 전합니다. 행복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결혼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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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