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는 멜로 드라마 아니면 가족 드라마다. 사랑은 인류의 보편적 관심사이지만, 가족은 이른바 전통에 바탕을 두고 있다. 가족 드라마가 흔히 가부장의 권위를 공고히 하는 방향으로 흐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데 과연 가족이 무엇이기에 가족으로 희망을 말할까? 진정 혈연으로 규정된 가족이란 개념은 여전히 유효한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드라마가 교육방송에서 마련됐다. 오는 16일부터 매주 수·목요일 저녁 7시25분 방송되는 16부작 <겨울아이>다.
주인공은 가족을 잃은 여고생과 가족을 포기한 40대 가장이다. 여고 2학년 심홍단(이연지)은 어릴 적 어머니를 여의고 홀아버지 손에 컸지만 자신의 실수로 아버지마저 잃었다. 그리고 아버지 친구였던 장달인(이영범)이 운영하는 중국음식집 ‘용궁반점’에 맡겨진다.
달인의 경우는 자기 잘못으로 큰딸이 숨졌다. 그 뒤로 아내와 서로 원망하며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다. 끊임없는 죄책감과 원망은 자학으로 이어졌고, 용궁반점은 개점 휴업 상태다. 그런 달인 앞에 친구의 딸 홍단이 나타난다.
혈연 아닌 이들이 새로운 가족 꾸려 동네 중국집 무대로 서민 분위기 물씬
공부도 못하고 돈도 없는 고아 홍단은 그러나 아버지의 꿈을 이뤄보겠다며 제대로 된 중국음식 요리사가 되겠다고 마음 먹는다. 처음에 시큰둥하던 달인은 야무지게 애쓰는 홍단을 보며 점점 마음이 끌린다. 자장면 조리대회를 위해 연습하는 홍단을 도우며 달인은 큰딸에게 자신이 얼마나 소홀했던가를 깨닫는다. 그러면서 큰딸에게 다하지 못한 사랑을 홍단에게 쏟아부으며 새 삶의 의지를 다져간다.
가족의 부재에서 갈등이 시작되고, 새로운 가족의 결합으로 화해하는 이야기 구조다. 기존의 가부장이 지배하는 전통적 가족과 다른 새로운 가족에 대한 고민이 드라마에 담겨 있다.
남이었던 10대 소녀와 40대 성인 남성이 부녀의 관계로 성숙해가는 과정은 가족의 화해의 의미와 함께, 세대간 공감의 뜻도 함축하고 있다.
드라마 전반에는 서민적인 분위기가 흐른다. 동네 중국집 용궁반점이라는 무대가 그렇고, 무대를 꾸미는 등장인물들 또한 평범하고 소박하며 성실한 소시민들이다. 달인의 작은딸로 장애아를 설정한 것 또한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폭넓은 공감을 시도한 흔적이다.
내용의 무게에 따른 부담감은 밝고 경쾌한 기본 톤으로 보완한다. 건전한 웃음을 통해 소박한 이웃의 삶을 들여다보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계도적이며 전형적이라는 교육방송 드라마를 바라보는 고정관념을 깨겠다는 목표가 달성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이 무엇이고 왜 희망일 수 있는지를 말하는 역설은, 지상파 3사 드라마가 감히 시도하기 어려운 지점이기에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