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다큐페스티발의 개막작 <안녕, 사요나라>의 주인공은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된 아버지의 반환을 요구하는 한국인 이희자씨와 그녀를 돕는 운동가 일본인 후루가와 두 사람의 행적을 따르는 다큐멘터리다. 두 사람의 시점으로 시작하는 영화내용처럼 연출도 한국의 김태일 감독과 일본의 가토 구미코 감독이 공동으로 맡았다. 인디다큐페스티발을 위해 한국을 찾은 가토 구미코 감독을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지난 10월29일 만났다. 히로시마 출신의 그녀에게 <안녕, 사요나라>의 제작과정과 다큐멘터리에 관한 소신과 열정에 관해 들었다.
-다큐멘터리를 처음 시작한 계기가 무엇인가.
=필리핀 위안부 문제를 다룬 워크숍에 참여했다. 그곳에서 다큐멘터리를 만드는데 촬영이 끝나고 편집을 할 사람이 없어서 편집을 맡게 되면서 시작했다.
-<안녕, 사요나라>에 참여하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재한 군인군속재판을 지원하는 단체가 있다. 그곳에서 기록영상을 찍는 역할을 하다가 이 영화를 만드는 태평양전쟁보상추진협과 민족문제연구소와 연결됐다. 전후 60년을 기념해서 한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무엇인가를 만들자는 취지였다. 태평양전쟁 문제는 60년이 지나는 동안 제대로 된 공식 사과나 전후보상이 없었다. 피해자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꼭 필요한 작업이다.
-촬영하는 동안 가장 즐거웠던 순간, 고통스러웠던 순간을 기억한다면.
= 기억에 남는 순간은 오키나와에서 촬영할 때 힘들고 무거운 이야기가 많았는데 무사히 마치고 팀이 하나가 됐다는 성취감을 느꼈을 때다. 서로 만나지 못하고 촬영할 때 의사소통이 어려워지고 생각의 차가 발생해서 가장 괴로웠다. 만날 때는 아침마다 술을 마셔서 문제였지만. (웃음)
- 영화 속 이희자씨의 사연 같은 역사적 비극이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 여러 가지 요소가 있겠지만 에고이즘이다. 특히 강대국의 에고이즘.
-야스쿠니 신사 문제는 영화 속 설명처럼 양국민의 무지에 의한 것인가? 아니면 무관심에 관한 것인가.
=뉴스에서 다루는 것은 그저 고이즈미 총리가 야스쿠니를 참배했다는 식의 표면뿐이다. 그것으로는 이 사건의 본질을 전혀 알 수 없다. 지적한 대로 무지함이 이 문제의 핵심이다. 교육체계에서 근대사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태평양전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무관심으로 볼 수도 있다.
-다큐멘터리 작가는 대체로 남의 이야기를 잘 이끌어내는 좋은 인터뷰어들이다. 비결이 있다면.
=우선 상대의 이야기를 그 사람이 가진 생각에 관계없이 솔직하게 듣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김 감독님은 언제나 남의 이야기를 성의있게 듣고 인간관계를 소중히 하시는 분 같다.
- 당신이 생각하는 다큐멘터리의 본질은 무엇인가.
=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것, 사람은 감동을 받았을 때 다시 한번 행동하거나 생각한다.
-준비하고 있는 차기작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1년 전부터 이라크전쟁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준비했다. 제목은 <열화우라늄>이다. 이라크전에 쓰였던 무기인데 이로 인해 현지인, 미군, 그들의 가족이 백혈병이나 암에 걸린 이야기를 다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