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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의 전당] 샤브롤식 좌파영화의 향연, <클로드 샤브롤 컬렉션>
ibuti 2005-10-28

이제 누가 클로드 샤브롤에게서 누벨바그를 기억할까? 감독으로서 (아마도) 첫 번째 누벨바그 영화를 만들었고 평론가로서 앨프리드 히치콕을 작가의 만신전에 올렸던 그는 바야흐로 범죄와 살인의 수사법의 대가라는 이름을 얻었다. 누벨바그의 동료들이 비틀즈라면 샤브롤은 롤링 스톤즈 같다. 예술과 상업적인 노선을 넘나들며 성공과 실패를 경험했고 대중과 호흡하면서 살아남았으며 변함 없는 세계를 구축한 그들이다. 태생적인 부르주아이자 자본의 힘을 굳이 거부하지 않는 샤브롤의 영화는 자기죽이기, 자기증오, 자기보호, 자기비판의 어느 지점에 머물 터인데, 근작으로 올수록 부르주아의 원죄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는 듯하다. 그의 영화 속 부르주아는 그 계급을 물려받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죄인들이며 죽어 마땅한 존재로 다뤄지곤 한다. 또한 자기들 내부로부터 분열되는 모습이 점점 더 드러나기도 하는데, <어두워지기 직전에>에서 (과거 샤브롤 영화의 대표배우였던) 스테판 오드랑이 가족을 위해 초콜릿 케익을 만들던 것과 반대로 <초콜렛 고마워>에선 (근래 샤브롤 영화의 대표배우인) 이사벨 위페르는 가족을 죽이고자 초콜릿 음료를 만든다.

<클로드 샤브롤 컬렉션>에 수록된 세 작품은 부르주아 계급과 사회의 부조리를 해부한 샤브롤의 후기 성과물에 해당한다. 샤브롤 영화의 정점으로 평가받는 <의식>은 두 프롤레탈리아 여자가 부르주아 가정에 가하는 화끈한 복수극이다. 그리고 <초콜렛 고마워>는 입양된 아이, 뒤바뀐 아이, 인공수정으로 잉태한 아이를 통해 부르주아의 종족보존과 부르주아에 편입되지 못한 여인의 비극을 그린 작품이다. 부르주아와 결탁한 예술가에서 보듯 브롤의 자기반영적인 영화이기도 하며, 알레고리로서 리스트의 장송행진곡이 섬뜩하다. 근작인 <악의 꽃>은 현대 귀족인 부르주아 가문의 우아함 아래 위치한 더럽고 총체적인 비밀과 유전되는 나쁜 피를 낱낱이 드러낸다(여주인공의 논문주제는 ‘죄의식’에 관한 것이다). 샤브롤의 영화는 좌파영화의 적자는 물론 아니다. 하지만 <의식>의 메이킹필름에서 그가 자기 영화를 ‘마지막 공산주의영화’라고 칭한 것처럼, 부르주아 계급을 향한 비웃음으로 가득한 샤브롤의 근작들은 샤브롤식 좌파영화의 향연이라 불릴 만하다. 메이킹 필름이 제공되는 <의식> DVD 외에 예고편과 포토갤러리 등의 부록만 수록된 박스세트의 구성은 단조로운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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