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머레이, 마이크 마이어스, 애덤 샌들러, 벤 스틸러, 윌 페럴의 공통점을 묻는 질문은 이젠 신선하지 않다. 이들이 모두 미국의 TV 코미디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에서 얻은 인기를 할리우드까지 끌고간 배우들이라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다. 다만 이 목록에 지미 팰론이라는 이름을 추가하기만 하면 된다.
<택시 더 맥시멈>와 <날 미치게 하는 남자>, 주연급으로는 고작 두편의 영화에 출연했을 뿐이지만 그는 벌써 코미디계의 차세대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운전대만 잡으면 얼굴이 파래지거나 쪼그라든 경찰 배지를 범죄자에게 들이미는 <택시…>에서의 어눌한 모습은 그의 한 단면일 뿐이다. 실수로 집어든 여자친구의 빨간 팬티를 보며 “원더우먼이 이걸 찾고 있던데요”라고 센스있게 말할 줄 알지만, 보스턴 레드삭스에 관한 문제라면 광기까지 드러내는 <나를…>의 모습이 결합돼야 비로소 그의 초상은 완성된다. 착한 남자 역만 맡는(그래서 좀 느끼한) 애덤 샌들러나 ‘주접’을 주무기로 삼는(그래서 좀 추접스런) 마이크 마이어스와 달리, 지미 팰론은 좀더 현실적인 감성과 재치있는 입담으로 우리 옆자리를 파고든다. 여자친구 앞에서 무릎을 꿇은 채 반지함을 열며 “나와 함께 레드삭스의 시즌 개막전에 함께 가주겠어?”라고 진심으로 ‘프로포즈’하는 이 어수룩한 남자를 미워할 길은 별로 없다.
어릴 때부터 남 흉내내는 재주만큼은 인정받아왔던 그는 대학을 중퇴하고 LA 등지에서 스탠드업코미디언 생활을 했다. 1998년 그토록 꿈에 그리던 SNL에 합류한 이래 그는 믹 재거, 존 레넌, 제리 사인펠드 등을 똑같이 흉내내며 명성을 날렸다. 영화에 전념하기 위해 2004년 그만둘 때까지 그는 SNL의 최고 스타였다. “나는 조니 뎁이 되지 못한다. 그는 나보다 잘생겼고, 더 훌륭한 배우다. 나는 로버트 드 니로가 되지 못한다. 나는 그런 날카로움이 없다”며 겸손을 떠는 지미 팰론이 거린다 차다 감독의 신작 <내 사랑 지니>에 캐스팅된 것은 외려 그들에겐 없는 무언가를 갖고 있기 때문일 게다. 보는 이의 경계심을 푸는 유약한 외모와 거침이 없는 유머감각은 그 ‘무엇’의 일부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