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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영화제 D-5 따라잡기 [2]

D-2/ 10월4일 화요일

영화제 스탭은 미쳐간다…

“죄송한데요, 그건 저희도 다 몰라요. 네, 네. 그쪽엔 열조 정도 설치했어요.” 영화제 사무국 기획실 안에서 박준표 옥외홍보 담당자가 30분째 핸드폰을 붙들고 있다. 누군가의 질문과 요청에 시달리는 눈치다. 홍보팀 스탭 누구라도 전화를 받는 순간 각오해야 할 상황이기는 하다. 그는 통화한 지 40분 가까이 되어서야 핸드폰을 닫는다. 믿을 수 없는 긴 시간 동안 홍보팀 스탭을 붙든 전화는 국정홍보처로부터 걸려온 것이다. 국정홍보처가 관리하는 국가 홍보 캠페인 ‘다이내믹 코리아’의 광고배너를 내일 해운대 시내 가로등마다 설치해야 하는데 이미 곳곳에 부산영화제 배너가 걸려 있어 난감하다는 것이다. “겹치는 부분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는 그쪽의 뜻은 ‘겹치면 떼낼수도 있다’는 뜻이란다. 해운대 시내 가로등에 걸린 영화제 배너는 130여개조(2개 배너가 한조). ‘다이내믹 코리아’ 광고배너는 200개조다. “해운대 가로등이 무한개도 아니고, 200개면 해운대 다 돌고도 남겠네.” 박준표 씨는 영화제 배너 설치 장소와 설치 갯수를 적은 자료를 국정홍보처에 팩스로 보낸 뒤 사무실 밖을 나와 한숨을 쉰다. “영화제 하루 남겨놓고(스탭들에게는 개막 전야부터가 영화제 시작을 의미한다) 이기 뭐하는 긴고? 미치뿌게따.” ‘미쳐가는 영화제 스탭’이라 써달라며 울먹이는 박준표 씨는 부산영화제 자원봉사자 출신의 4년차 일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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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쪽도 사정은 있죠. ’다이내믹 코리아’ 홍보 제대로 못한다고 국감에서 지적도 나왔고, 문광부 위원들이 영화제에 그렇게 많이 참석하는데 자기네 배너도 들어가야 되지 않겠냐 그래요. 아침에는 영진위가 속썩이고. 해운대 주요 호텔마다 영화제 부스가 있는데 그 옆에 영진위가 배너 놓겠다고…. 그럼 거기가 영화제 부슨지 영진위 부슨지 알게 뭐야."

2/ 같은 날 오후1시, 프레스센터 건물 3층에서 있었던 프레스킷 패키징 작업. 2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1천 개의 가방 안에 PPP 보도자료, 티켓 카탈로그, 취재 가이드 등을 고이 나눠 넣었다.

D-1/ 10월5일 수요일

날아라, 날아 부산영화제

"달려라, 달려, 로보트야. 날아라, 날아, 태권브이. 정의로 뭉친 주먹 로보트 태권, 용감하고 씩씩한 우리의 친구~" 무반주 노랫소리가 울려퍼진다. 수영만 요트경기장 주변은, 일제히 연둣빛 티셔츠 차림을 한 젊은이들로 가득차 풀밭같다. 자원봉사자 발대식을 앞둔 이곳은 살벌하게 또는 무심하게 흘러가던 영화제 곳곳의 풍경을 통틀어 가장 활기에 넘쳐 있다. 발대식 마지막 순서로 팀별 구호 발표를 해야하는 자봉들은, MT에 온 것마냥 들떠있다.

이들은 아무 것도 모른다. 2일 밤 부랴부랴 프린트가 도착한 개막작 <쓰리 타임즈>의 최종 자막작업이 내일 기자시사를 앞두고 오늘밤 내내 벌어지리란 것을. 다행히도 오늘은 국정홍보처가 홍보팀 스탭을 속썩이지 않았다는 것을. 10주년 기념 전시관 공사가 일정보다 늦어져 개막날 오픈할 수 없게 된 것을. 개막전야에 자봉들이 뛰놀고 있는 이 자리는 사흘전 야외상영관 공사를 하느라 인부들이 철구조물에 매달렸던 장소이기도 하다. 모든 흔적은 오차없이 정렬된 야외상영관 의자들로 깨끗이 덮였다.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 조용하다. 24시간 뒤면 이 곳에서 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최를 알리는 성대한 개막식이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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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시관 공사 현장은 야간작업이 불가피해졌다. 디자이너 박소영 씨의 설명에 따르면 이 구조물은 부산과 가장 친근한 것들로 만들어졌다. "컨테이너는 부산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다. 부산의 바람과 햇빛이 자연스럽게 들락거리도록 기둥 사이를 나무틀로만 가볍게 메꿨다."

2/ 8~9월부터 조기근무를 시작한 이들부터 이제 막 해운대에 집결한 이들까지, 발대식에 참여한 자원봉사자들은 약 300명. 영화제 기간 중 활동하는 자원봉사자 총인원은 539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