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세살 터울인 형과 나에게 가장 큰 고민은 ‘가장 이상적이고 합리적인 야쿠르트 음용법’이었습니다. 형은 밑바닥 부분을 잘근잘근 씹어 작은 구멍을 낸 다음 거의 한두 방울 수준의 양을 조금씩 섭취해야 한다는 의견이었고 나는 호방하게 뚜껑을 확 뜯어내고는 한입에 툭 털어 넣어 원샷으로 벌컥! 그리고 ‘캬아, 그래! 이것이야 말로 아동의 낭만!!’이라고 내벹어주는 것이 진정한 야쿠르트의 맛을 즐기는 것이라는 주장이었습니다. 우리 형제는 한치의 양보도 없이 각자의 주장을 펼쳤고 장시간에 걸친 회의 끝에도 결국 서로에게서 어떤 합의점도 찾지 못한 채 서로 오래 서먹해야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웃에 사는 민숙(내가 이름도 안 잊어버려!!)이라는 지지배가 골목에서 놀고 있는 우리 형제에게 다가왔습니다. 그 지지배의 손에는 야쿠르트가 한 병 쥐어져 있었습니다. 모든 사건의 열쇠를 쥔 범인이 나타난 듯 화들짝 놀라며 거의 동시에 말했습니다. ‘숙이 가시나 니! 요꾸르트 우예 묵노?’ <역- 앗! 우리 마을 최고의 요조숙녀 민숙이잖아! 안녕 민숙아! 음~ 오늘따라 니가 유난히 귀여워 보이는걸. 참 바쁘지 않으면 우리 형제가 숙이 너에게 한 가지 의견의 구할 일이 있는데…… 어때? 괜찮겠어? 괜히 너의 바쁜 시간을 빼앗는 게 아닐까? 고마워!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너 야쿠르트 먹지? 그럴 줄 알았어! 너의 피부를 보면 그건 너무 쉽게 알 수 있는걸. 자, 그럼 바보 같은 질문 하나만 더 할게. 민숙아! 넌 야쿠르트를 어떤 방식으로 마시니?> 멀뚱한 표정으로 우리 형제를 쳐다보던 민숙이는 여섯 살 여아답지 않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여러 말 귀찮다는 듯 행동으로 대답했습니다.
민숙이는 대뜸 야쿠르트 밑둥을 이빨로 물어뜯기 시작했습니다. 형의 입가에 승리를 예감한 야비한 미소가 슬쩍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민숙이 너! 너도 그따위 얄얄한 방식으로 야쿠르트를 먹으며 살았구나! 이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내가 깊은 좌절의 한숨을 미처 다 내뱉기도 전 놀라운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좀 과하게 야쿠르트 통을 물어뜯는다 싶던 민숙이가 손으로 야쿠르트 병을 부욱 찢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곤 야쿠르트를 한 입에 톡 털어넣는 것입니다. 아앗!? 그것은 얼린 야쿠르트였습니다. 뭐지? 저 방법! 너무 아이디어적이잖아! 이건 너무 완벽해서 민망해져버리는걸…… 껄껄 웃음이 나와버리잖아! 민숙아! 역시 넌 그런 시시한 아이는 아니었어!
그날 우리 형제는 미친 듯 골목을 뛰어다니며 유레카, 유레카를 외쳤습니다.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