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꿈 작전 911>은 음모 이론에 관한 책이 아니다. 독일의 저널리스트인 게르하르트 비스네프스키는 가설에 기초하여 이론을 전개시키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증거와 증언에 기초하여 9.11 사건을 되짚어본다. 미국 정부가 발표한 보고서가 왜 허위인지, 조작인지를 주장한다. 그리고 1962년도에 만들어진 비밀작전 ‘노스우즈’와 9.11을 비교한다. 쿠바 침공의 이유를 만들기 위하여, 플로리다에서 출발한 미국 여객기를 무인 비행기로 바꿔치기하고, 공중에서 폭파시키는 노스우즈 작전은 9.11과 놀랍게 닮아 있다.
<제국의 꿈>을 굳이 사서 읽은 이유는, 9.11 이후 조금씩 들려온 의문점들이 모두 정리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였다. 그 목적은 달성했다. <제국의 꿈>에는 테러 용의자들의 이해할 수 없는 한심함부터 존재하지 않는 비행기의 파편 등 모든 의문점들이 제시되어 있다. (단순한 뉴스나 주간지와 달리 책이 좋은 점.) 그런데 책을 읽다보니 오히려 후반부가 더 흥미진진했다. 전반부에서 9.11의 수수께끼를 파헤치는 것은 퍼즐놀이지만, 후반부는 퍼즐을 뛰어넘는 세계의 불가해성 그 자체였다. 누가, 무슨 목적으로, 어떻게 9.11을 만들어냈는가를 밝혀내는 비스네프스키의 추론이 더욱 재미있다. 음모 이론이 재미있는 이유처럼.
음모 이론이 재미있는 이유는, 세상의 모호함을 증폭시키기 때문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거짓이라고 말하는, <X파일>의 진실은 저 너머에 있다는 주장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진실일 수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음모 이론의 절반은 거짓이나 과장이지만, 여전히 음모 이론이 위력적인 이유도 그것이다. 세상의 진실이 밝혀지지 않고 지나가는 경우는 허다하기 때문에.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밝혀지지 않기 때문에.
<제국의 꿈>의 후반부는 전혀 음모 이론을 말하지 않지만, 흥미롭게도 논리적으로 따질수록 음모 이론에 근접한다. 비스네프스키는 철저하게 실제 자료들로 설명을 한다. 음모가 아니라, 필연적인 계획에 따라 모든 것이 이루어졌음을 설명하는 것이다. ‘스컬 앤 본’이나 체니와 럼즈펠드 등이 참여했던 ‘새로운 미국의 세기를 위한 프로젝트’의 존재는 무엇이 다른가. 비밀결사와 단순한 정치조직? 현실에서는 조직의 성격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9.11의 단서들을 모아 추론을 해보니, 그와 비슷한 사건을 계획한 문서가 이미 존재한다. 현실의 증거를 조합해보니, 결국은 음모 이론이 되는 것이다.
음모 이론은 현실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가능성을 말하는 것이다. 상상할 수 없다면, 어떤 대응책을 마련할 수도 없다. 음모 이론은 상상력이 만드는 것이지만, 현실을 만드는 것 또한 상상력이다. 그런 점에서 음모 이론은 언제나 흥미롭고, <제국의 꿈>이 말하듯 현실은 우리의 상식보다 위험하고 끔찍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