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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공포 속으로 초대합니다, <큐어>

캐치온 10월11일(화) 오전 8시

1980년대 이후 일본에서는 일군의 감독이 조명을 받았다. 이타미 주조와 오시이 마모루, 구로사와 기요시 등의 감독은 영화사적 기억을 자신의 작품에 담는 것을 즐겼다. 다시 말해서, 고전영화의 영화적 인용을 주요한 연출의 방법으로 간주한 것이다. 이중에서 구로사와 기요시는 누벨바그의 영향과 미국 B급영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감독이다.

<큐어>는 구로사와 기요시가 1990년대에 만든 어느 영화보다 빼어난 작품이라고 논할 만하다. 도쿄에서 기이한 살인극이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피해자들은 모두 같은 방식으로 죽임을 당하고 범행을 저지른 이는 자신의 행동을 기억하지 못한다. 피해자들은 하나같이 목이 X자로 베인 채 숨을 거둔다. 타나베 형사는 수사를 시작하지만 사건 가해자의 범위는 점점 넓어져간다. 교사와 경찰관, 의사 등 결코 살인을 저지를 이유가 없는 자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큐어>의 공포는 멀리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순간에 벌어진다. 그리고 우리의 의식 저편에 있는 어두운 공간에서 무엇인가 사건이 일어난다. 영화에서 살인극의 용의자로 지목되는 인물은 의대를 다니던 정신분열증 환자. 범행 가해자들에게 최면을 건 상태에서 범죄를 지시한 혐의가 주어진다. 아내가 병을 앓고 있는 형사는 그를 심문하는 과정 자체를 하나의 정신적 덫으로 느낀다.

<큐어>는 공포영화와 스릴러, 그리고 탐정영화의 장르적 규율을 조금씩 허물어낸다. 범죄에는 뚜렷한 동기가 없는 것으로 보이며 가해자들은 모두 살인에 대한 기억이 없다. 그리고 사건을 조사하는 형사는 심각하게 정신적 고통을 앓고 있는 상태다. 어느 정도 일본의 옴진리교 사건에 관한 은유를 간직하고 있는 영화 <큐어>는 어쩌면 누구나 간직하고 있을 근원적 공포를 노출하고 있다.

모더니즘영화를 연상케 하는 화면의 사용이나 오싹한 음향이 주는 긴장감이 영화를 암울한 세계로 포장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도레미파 소녀의 피가 끓는다>와 <지옥의 경비원> 등 장르 해체의 기운을 지닌 B급영화를 꾸준히 만들었다. <큐어>에서 살인을 지시하는 인물은 최면에 걸린 사람에게 “넌 누구지? 네가 하고 싶은 일은 뭐야? 넌 사람의 목을 베고 싶은 거야. 그렇지 않아?”라는 말을 반복하고 다닌다. 그의 말은 세상을 광적 살인극의 무대로 탈바꿈시킨다. 구로사와 기요시의 영화는 누구도 알고 싶지 않은 어둠의 세계로, 우리를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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