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연히 따지자면 할리우드판 ‘삼순이’ 이야기는 아니다. 콧대 높은 할리우드에서 자신의 일과 사랑을 찾으려는 뚱뚱한 할리우드 여배우의 이야기다. 원제는 <Fat Actress>. 영화 <마이키 이야기>에서 귀여운 엄마이자 터프한 와이프로 인기를 끌었던 여배우 크리스티 앨리가 300파운드(136kg)가 넘는 거구로 등장한다. 주목해야 할 것은 ‘리얼리티’ 코미디 시리즈라는 점. 김선아처럼 프로그램을 위해 살을 찌운 게 아니라 급격히 살이 불어난 이 여배우의 실제 삶에서 영감을 얻어 프로그램이 제작됐다. 대강의 스토리라인만 정한 뒤 디테일한 연기는 그녀의 애드리브에 의존했고, 등장하는 대부분의 에피소드는 모두 그녀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에 뒀다. 자신이 자신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셈이다.
그래서 여느 리얼리티나 시트콤에선 볼 수 없는 독특한 재미가 이 프로그램엔 있다. 내내 가수 이소라를 연상케 하는 드레스를 입고 등장하는 크리스티는 너무 먹어 오바이트가 쏠리고, 큰 엉덩이가 의자에 끼어 창피를 당하는 실제인지 가상인지 모를 장면을 너무나 천연덕스럽게 연기한다. “모든 에피소드가 내 이야기는 아니에요”라고 강조하지만 “지나온 날이 떠올라 가슴이 아프기도 했다”는 그녀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뚱뚱한 여배우도 노력하면 최고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할리우드에 경고하고 싶다는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이런 그녀의 노력 덕분에 이 프로그램은 지난 3월 미국 케이블TV 채널인 <쇼타임>에서 방송된 뒤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현재 시즌2가 계획 중에 있다. 뚱뚱해진 몸매로 추락할 뻔했던 그녀가 뚱뚱해진 몸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만든 셈이다.
아쉬운 점은 최근 그녀가 다이어트 프로그램의 광고모델로 계약했다는 사실이다. 이 광고를 통해 23kg 감량에 도전한다니 시즌2에선 어쩜 날씬해진 그녀가 등장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