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내에서 흑인 거주비율이 높은 뉴올리언스를 강타한 다음날, 부시는 루이지애나가 아닌 샌디에이고로 날아가 친구들과 파티를 즐겼다. 총사상자가 1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재난의 흑인 피해자들 대부분은 빈민계층이다. 지난 9월2일 뉴욕에서 열린 이재민 구호모금 콘서트에서 카니예 웨스트는 부시와 언론을 비난했다. “부시는 흑인들을 신경쓰지 않는다. 언론이 보도하는 재난현장에서 백인들은 음식을 달라 호소하고 흑인들은 약탈한다. 인종차별이다.”
카니예 웨스트의 2집 <Late Registration>은 콘서트를 방송사고로까지 몰아간 저 발언 덕에 사실 더 많은 주목을 받게 됐다. 실제로 그는 이번 신보에서 “클럽계 치정에 얽매이지 않는, 힙합신의 유일한 비판자”라는 <가디언>의 표현을 자기 정체성으로 이어간다. “이후에 내가 나불거릴 얘기가 아니면 가사로 쓰지 않는다”고 말한 스물여덟살 청년은 사적인 인생고백보다 (책임이 뒤따르는) 사회적 발언에 애정을 쏟는다. 콧방귀를 뀌는 듯한 목소리로 ‘Wake Up Mr. West’를 외치며 앨범을 시작하는 웨스트는 총 21개 트랙 중 4개의 짤막한 브리지에 자신이 갖고 있는 문제의식을 랩비트의 묘한 뉘앙스와 뒤섞어 앨범 컨셉을 통일한다.
그는 래퍼지만 넵튠즈와 함께 미국 내 최고의 힙합 프로듀서로 꼽히는 뮤지션이기도 하다. 비욘세와 제이-Z, 알리시아 키스 등의 히트 넘버를 만들어낸 웨스트의 음악성은 이번 신보에서 실험성과 대중성을 결합해 오리지널 힙합의 진보를 이룬다. 그의 비판의식에 긍정의 힘을 불어넣는 서정적인 멜로디는 힙합/R&B의 라이트 리스너(light listner)들을 끌어들이기에도 부족함이 없으며, 올드스쿨솔 사운드와 어반사운드 그리고 샘플링을 활용하는 능력은 ‘2005년 가장 혁신적인 힙합 음반’이라 평가받은 전작 <The College Dropout>에 뒤지지 않는다. <롤링 스톤>은 1집에 이어 웨스트의 2집에도 별 다섯개 만점의 평가를 내렸다. 카니예 웨스트는 현재 미국 힙합신에서 흑인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진보하는 거의 유일한 뮤지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