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를 하게 된 이유를 밝히는 감독. 모니터 주변에는 괴기한 사람들이 모여 있다.
<착신아리>는 미이케 다카시 영화로서는 다소 ‘점잖다’는 느낌이다. 좀더 막나갈 수 있었는데 일부러 정공법에 가까운 전략을 택한 결과라고나 할까. 해서 본편에서의 아쉬움을 달래줄 만한, ‘더 깨는 것’을 보고 싶다면 DVD 부록 ‘각신나시’를 볼 것을 추천한다. ‘각신나시’는 촬영현장의 풍경과 관련 스탭의 인터뷰 등을 재구성한 영상으로, 소설가 도카지 게이타가 연출한 것이다. 재생을 시작하면 묘한 테크노풍 음악에 이펙트 걸린 현장 영상이 아무 설명없이 흐르는데, 뮤직비디오인지 뭔지 알 수 없는 이 순서가 지나가고 나면 어쩐지 묘하다고 할 수 있는 조잡한 손가락인형이 나와 촬영장 구석에서 ‘여자 냄새가 난다’느니 뜻도 모를 묘한 소리를 하다가 끝나기도 하고, 감독 인터뷰가 나가는 모니터가 놓인 골목에서는 사람들이 별 이유도 없이 서로 두들겨 팬다. 그리고 인터뷰는 정신병원으로, 시체실로 계속 이동한다. 압권은 그림연극. 메이킹 스탭의 이야기로, 촬영 중 휴대폰이 울리면 가차없이 총으로, 바주카포로 범인을 쏴버리는 미이케 감독에게 감명을 받은 스탭이 은행을 털어 홍보비를 대 영화 대박을 일군단다. 촬영장에 유령이 나온다는 소문을 듣고 취재를 왔다가 허탕을 치는 사람들의 촌극도 있다. 보고나면 뭘 봤나 싶은 아득함이 느껴진다. ‘각신나시’는 일본어로 ‘확신없음’이란다. 뭘 보여주고 싶었던 건지 도무지 확신할 수 없는 영상이다. 천편일률 메이킹 다큐의 파격일까, 장난일까. 그런데 이게 묘하게 <착신아리>보다 더 미이케 다카시 같다. 그것만은 확신할 수 있다.
손가락인형들은 촬영장에 숨어들어온 변태들 같은 대사를 날린다.
정신병원에서 분실물 딱지가 붙은 모니터에 비치는 감독의 진지한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