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김삼순>이 끝난 뒤론 정말 볼 만한 드라마가 없다. 어째 요즘 나왔다 하는 언니들은 하나 같이 ‘내일도 김샜수’ 언니들이냐? 유쾌 통쾌한 언니들은 모두 삼식이 찾아 떠나기라도 했나? TV만 틀면, 하나 같이 김샌 얼굴로 김샌 대사를 친다. 나오는 언니들마다 어찌나 꿀꿀한지 녹용이라도 한재 지어서 보내고 싶을 정도다. “자양강장 좀 하세요” 이런 쪽지와 함께. 그나마 사는 건, 조금 더 확 가고 조금 더 화끈한 남자 김삼순으로 보이는 이 남자 때문이다. 더구나 10대0 가르마의 ‘비밀과 거짓말’에 대해 자꾸 신경 쓰느라 도저히 드라마 자체에 집중 못하게 만드는 류시원이라도 본 날은 더욱 이 남자가 그립다.
그럼 이 남자가 누구냐? 사이먼 코웰이다. ‘온스타일’에서 현재 4탄을 방영중인 미국판 전국노래자랑 <아메리칸 아이돌> 심사위원이다. 전직 영국 프로듀서인 이 남자, 원래 웨스트 라이프와 가레스 게이츠를 키운 스타 메이커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미국판 전국노래자랑이 재밌다니, 신기하지 않나? 물론 누가 누가 잘하나 하는 재미도 재미지만, 실은 이 치가 신기 어린 독설로 후보들을 쓰러뜨리기 때문이다. 이 인간의 독설을 딛고 선 후보들의 감동 드라마랄까?
노래를 막 마친 후보가 사이먼에게 물었다. (이 인간, 간도 크지) “개선해야 할 점이 있나요?” 사이먼이 다정하게 웃으며 말했다. “다신 노래하지 마세요.” 이 정도는 약과다. 자신(만) 만만한 후보가 말했다. “하느님이 날 돌봐줄 거예요.” 그 말에 사이먼이 천연덕스럽게 물었다. “지금 하느님이 휴가중이신가요?” 더 들려주랴? “폴라 압둘과 하는 저녁 식사 같군요. 달콤하지만 기억에 남지는 않죠.” 이런 악평은 한 다스다. “스파이스 걸스만큼 노래를 하는군요. 불행하지만 칭찬이 아니에요.” 그 앞에 선 이들 표정은 금방 갓 태어난 강시다. 얼굴은 허옇다 벌겋다 어쩔 줄 모른다. 이같이 직설적이고 가차 없는 혹평을 듣고도 얼굴 표정 변하지 않는 건, 과도한 안면 칼질로 얼굴 근육과 컬러가 마비된 마이클 잭슨이나 가능한 신공이겠다.
그렇다고 그가 악평만 일삼는 건 아니다. 칭찬할 땐 확실히 칭찬한다. “뒤를 보세요. 뭐라고 써 있죠?” “아메리칸 아이돌” 그 후보는 진짜 우승자가 됐다. 국민투표로.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니냐고 묻자 그가 말했다. “불쾌하게 들릴진 모르지만, 쓸모없는 사람에겐 쓸모없다고 말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거짓말은 안 할 겁니다.” 멋지다, 사이먼씨. 영국 코미디언 베니 힐 말마따나 “진실한 위선, 이것이 바로 쇼 비즈니스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프로를 보고 싶다. 여성용 란제리 CF메들리로 착각할 뻔한, 맹탕에 밥 말아먹는 쇼 프로가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