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10월1일(토) 밤 11시40분

기타노 다케시가 코미디언으로 출발했음은 잘 알려진 일이다. 그는 “빨간 불이 켜 있어도 모두 함께 건너면, 무서울 것 없다” 등의 유행어를 낳으면서 인기를 끌었다. 이후 영화배우로 스크린에 얼굴을 간간이 비추다가 기타노 다케시는 <그 남자 흉포하다>(1989)를 처음으로 배우와 영화감독을 겸업하는 처지가 되었다. <3-4x10월>은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비교적 초기 작품이면서 감독 특유의 영화 스타일을 구축했다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마사키가 간이 화장실에 앉아 있다. 그는 동네 야구단의 멤버지만 늘 긴장하는 탓에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다. 마사키는 직장인 주유소에서 일을 시작하지만 야쿠자 손님과 싸움이 붙는다. 야쿠자는 팔이 부러졌다며 그에게 트집을 잡고 주유소 사람들을 협박하는데, 상황은 계속 꼬이기만 한다. 결국 마사키는 친구 카즈오와 함께 오키나와로 총을 구하러 떠난다. 오키나와에 도착한 두 친구는 우연하게 야쿠자 우에하라와 부하 타마키를 만난다. 우에하라는 타마키에게 자신의 여자와 억지로 섹스를 강요하고 대신 부하의 손가락을 자르는 등 엽기적인 행동을 일삼는다. <3-4x10월>은 한 청년의 복수에 관한 황당한 에피소드를 담는다. 어딘가 조금 나른해 보이는 청년 마사키는 야쿠자를 만나 총을 구하고 깡패들에게 복수하려 하지만 실패를 반복한다. 마사키와 교류가 있던 야쿠자들 역시 어이없는 행동을 하다가 죽음에 이르게 된다. 예측불허의 인간 군상이 등장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대도시와 휴식 공간으로서의 오키나와가 번갈아 영화 속 무대가 된다는 점에서 <3-4x10월>은 이후 <소나티네> 등에서 볼 수 있듯 삶과 죽음, 폭력과 철학이 공존하는 기타노 다케시 영화의 축약판이라 볼 수 있다. 요컨대, <3-4x10월>은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적 출발점이라고 하겠다.

영화에서 폭력장면은 과감하게 생략되어 있으며 정적이고 함축적인 영상이 화면 곳곳에 배어 있다. 그리고 야쿠자 두목이 부하의 손가락을 자르는 등 기묘한 블랙코미디 정서가 배어 있는 것도 흥미롭다. 폭력과 죽음의 순간, 그리고 죽음에 관한 불길한 예감이 교차하는 영화 속 장면은 한치의 감상을 개입시키고 있지 않아 더 섬뜩하게 다가온다. <3-4x10월>은 오키나와에서 많은 장면을 촬영했으며 이후 기타노 감독은 일본적 공간을 탁월하게 영상으로 옮기는 연출자로 칭송받기 시작했다. 따라서 감독 스스로 영화적 영감이 “오키나와의 빛이었다”라고 말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감독은 <하나비> 등에서 그랬듯 자신의 영화에 직접 얼굴을 비추기도 하는데 <3-4x10월>에서도 그는 극히 태연하고 무감각하게 폭력을 휘두르는 야쿠자로 분하고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