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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종영은 방송사 마음대로”

외주제작 표준계약서에 불공정 거래 드러나 노웅래 의원 입수자료 공개 낮은 시청률·편성 이유 내세워

<사랑한다 웬수야>

“프로그램 시청률이 떨어지면, 방송사는 외주제작사에 통보하고 프로그램 제작을 중지시킬 수 있다.”

드라마 등 방송 프로그램의 조기 종영이 잇따르는 가운데, 방송사가 외주 제작 프로그램을 시청률에 따라 조기 종영할 수 있도록 규정한 방송사들의 외주제작 표준 계약서가 23일 처음으로 공개됐다. 국회 문화관광위 소속 노웅래 의원(열린우리당)이 입수한 지상파 3사의 방송프로그램 외주제작 표준 계약서다.

<문화방송>과 <에스비에스>의 표준 계약서에는 시청률에 따라 프로그램의 제작을 중지시킬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는 방송사가 일방적으로 조기 종영의 권한을 남용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불공정 계약 관행이라는 비판이 높다.

문화방송의 ‘방송용 프로그램 제작 및 납품 계약서’를 보면, ‘제5조 제작의 중지’에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당초의 예상보다 현저히 저조하여, ‘갑’과 ‘을’의 노력에 불구하고 회복될 가능성이 없는 경우, ‘갑’은 표기 제작편수의 제작 완료 전에도 ‘을’에 대해 프로그램의 제작을 중지시킬 수 있다”고 적혀 있다. 시청률이 낮을 경우 프로그램을 종영할 수 있는 권리를 방송사 쪽이 가지면서도, 시청률 기준이 명확치 않아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운용될 수 있다.

에스비에스 쪽 ‘계약 사항’의 ‘제9조 제작 중지의 조치’도 “‘을’이 납품한 프로그램이 ‘갑’과 ‘을’ 상호간 합의한 최저 시청률보다 낮거나 프로그램의 품질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경우, ‘갑’은 사전에 ‘을’에게 통보하고 프로그램의 제작을 중지시킬 수 있다”고 돼 있다.

한편, <한국방송>의 ‘방송프로그램 외주제작 표준계약서’는 ‘제14조 계약의 해지’ 9항에 “‘갑’의 편성상 부득이한 사정으로 계약의 유지가 어려운 경우, 상호 서면으로 통보함으로써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명시적인 ‘시청률 저조에 따른 제작 중지’를 규정하고 있진 않으나, ‘편성상 부득이한 사정’이라는 모호한 조건을 달아 방송사 쪽이 임의로 조기 종영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최근 에스비에스는 드라마 <사랑한다 웬수야> <해변으로 가요> 등을 조기 종영해 잇단 비난을 받은 바 있으며, 문화방송도 주말드라마 <사랑찬가>의 조기 종영을 결정한 바 있다. 시청률 저조 또는 제작비 투입 대비 저효율 등을 조기 종영의 근거로 들고 있다. 시청률이 저조하면 바로 광고 판매 부진으로 이어져 드라마를 이어갈 여유가 없다는 것이 방송사 쪽의 해명이다.

그러나 방송사 쪽이 일방적으로 프로그램을 조기 종영할 수 있는 근거가 된 이런 불공정 계약을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와 관련해 노웅래 의원은 “외주 제작과 관련한 잡음이 끊이질 알고 있어 기형적인 외주제작 시스템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며 “지상파 방송사와 외주제작 업체 간의 공동 표준계약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의원은 26일 방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방송협회가 외주제작과 관련한 표준계약서(약관)을 만들어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를 받아 확정하고, 확정된 약관을 방송사와 외주제작사가 이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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