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파리의 연인> 신드롬은 재현될 것인가?
연인 시리즈 2탄인 에스비에스 주말드라마 <프라하의 연인>(극본 김은숙, 연출 신우철)이 24일 첫 전파를 탄다.
신데렐라는 대통령 딸로 몸 바꿔 시청자 눈높이 만족시킬지 주목
여러모로 <파리의 연인> 2탄이라 부를 만하다. 같은 작가와 피디가 다시 힘을 모았고, 여름철 화려했던 프랑스 파리는 분위기 있는 가을의 체코 프라하로 바뀌었다. 재벌 2세와 가난한 유학생은 외교관인 대통령의 딸과 보잘것없는 강력반 형사로 변신했다.
탤런트 겸 영화배우 전도연이 맡은 주인공 재희는 대통령의 딸이다. 젊은 나이에 고시에 합격해 외교관으로 일한다. 그러나 높은 신분(?)의 거부감을 덜어내려는 듯 성격은 털털하고 겸손하고 모범적이다. 길에 쓰레기 한 번 버려본 적 없고, 새치기나 신호위반 따위는 해본 적도 없다. 외교관이 된 것도 “나라를 대표하는 가장 아름다운 여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버지에게 물은 뒤다. 첫 발령지 파리에서 재벌가 아들이자 예비 검사를 만나 첫사랑을 한다. 그러나 부모를 둘러싼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의도하지 않은 이별을 맞는다. 그리고 프라하에 근무하던 중, 한 남자를 만난다.
그 남자가 김주혁이 연기하는 강력반 형사 상현이다. 어릴 적 부모를 잃은 혈혈단신 고아로 설정됐다. 법보다 주먹이 앞서 감봉에 시말서에 바람 잘 날이 없는 인물이다. 가난한 것은 물론이다. 그런 그가 우연히 만난 여자와 사랑에 빠졌다. 그 여자도 같은 고아다. 동병상련으로 아끼고 사랑했다. 그런데 프라하로 유학을 떠난 여자는 귀국 즈음 일방적인 이별 통고를 하고 몸을 감춘다. 무작정 연인을 찾아 떠난 프라하에서 대통령의 딸과 마주친다. 그리고 사랑에 빠진다. 대통령의 딸과 강력반 형사의 신분을 뛰어넘은 사랑이란다.
인물은 대통령이나 재벌의 자녀 아니면 고아다. 이들은 모두 제각각의 아픈 추억들을 지니고 있으며, 우연히 만난 자리에서 호감을 느끼고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이 사랑은 복잡하게 얽히고 엇갈리고 방향을 잃는다. 종국엔 모든 것과 화해하고 어떤 식으로든 무리 없는 결론을 내리겠지만. 흔한 신데렐라 이야기는 간단히 성을 바꿔, 온달과 평강 공주의 이야기로 재탄생했을 뿐이다. 평범한 일상의 자잘한 감동보다는 극단적이고 억지스러운 설정과 인물들로 가득하다. 결국 연인 2탄은 진화보다는 복제를 택한 셈이다.
<파리의 연인>의 흥행 성공 지점을 되풀이하는 기획이다. 인물이나 이야기는 비현실적이지만 적절히 계산된 에피소드와 오감을 자극하는 대사 등이 다시 주무기다. 큰 거부감 없이 다가간 재벌 2세는 성격 좋은 대통령의 딸로 바꾸어 시청자들의 호감을 끌려 한다. 가난하지만 티없이 맑은 유학생 대신 거칠지만 순진한 형사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가겠다는 목표다. 물론 프라하의 운치 있는 가을과 전도연이라는 뛰어난 배우의 연기 등이 가세했을 때, 시청자들의 반응이 어떨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루루공주>의 참패로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파리의 연인>을 넘어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터라, <프라하의 연인>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더욱 눈길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