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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방영 ‘SBS스페셜’ 조선학교 ‘있는 그대로’ 보여줘
윤영미 2005-09-15

‘나는 가요 제2학교’ 그들 어디로 가야 할지 답할 책무 우리에 남겨

지난 11일 밤 11시5분 방영된 <에스비에스 스페셜>의 ‘나는 가요, 도쿄 제2학교의 여름’편은, 지금껏 조선학교를 다룬 그 어떤 다큐멘터리보다 사실적이고 꾸밈없이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이 프로그램은 총련계 도쿄 제2초급학교 교사 7명과 학생 59명의 생활을 석달간 밀착 취재해 ‘있는 그대로의 학교’를 보여주었다. 연출자 박기홍 피디는 “시청자들이 분단 이데올로기에 빠져 조선학교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진정한 이해를 갖게 하고 싶었다”고 제작 의도를 밝혔다.

그래서 제작진은 지난 여름 내내 선생님과 아이들의 일상사를 카메라에 담아, 일본의 조선학교는 어떻게 생겨났으며 어떤 고민을 안고 있는지에 대한 일반인의 의문에 자연스럽게 답을 풀어낸다. 특히 이 과정에서 제작진의 의지가 개입되기 쉬운 내레이션을 통한 설명보다는, 아이들과 교사, 학부모들의 목소리로 조국과 분단 현실, 통일에 대한 안타깝고도 절절한 속내를 많이 들려줘 시청자들을 감동시켰다.

고향이 각각 제주도와 경상도인 3학년 장사와 태해가 자신들의 국적이 대한민국인지, 조선인지를 두고 논쟁을 하는 모습, 5학년 순이와 윤극이의 “‘통일 코리아’가 참 좋다…그래 그게 좋겠다”라고 나라 이름을 정해 놓고 해맑게 웃는 모습은 시청자의 가슴을 아프게 하면서도, 한편으로 희망의 얼굴로 남아 있게 했다.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우리나라’는 이미 대한민국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도 아닌, ‘조선반도’ 전체를 의미하고 있었다. 식민지 지배 국가에서 분단된 조국을 두고 살아가는 그들은 ‘남한 사람’ ‘북한 사람’보다도 더욱 절실하게 통일을 원하는 듯했다.

이 방송을 본 이영숙씨는 시청자 게시판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을 고향이라 부르며 한국을 조국이라 부르는 이들을 보면서 이 땅에서 나고 자라면서 조국이라는 것을 느껴보지 못하는 제가 부끄러웠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시청자 이영섭씨도 “남북 양쪽에서 외면당하면서도 민족 정신과 뿌리를 지키기 위해 우리 말과 우리 글을 힘들게 공부하는 그들을 보면서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라는 글을 남겼다.

조선학교, 조선학교 아이들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되새겨보게 한 이 프로그램은 “우리는 정말 어느 나라의 아이들입니까?”라고 묻는 아이들의 질문을 통해 그들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답해야 할 우리의 책무를 과제로 남겼다.

한편 이 방송에서 도쿄도 정부가 ‘제2학교 운동장과 건물 일부가 도쿄도 땅이니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는 내용을 본 시청자들에게서 이 학교를 돕고 싶다는 전화가 많이 오고 있다고 제작진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