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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론인형의 야망, <나이트 플라이트>의 레이첼 맥애덤스
김도훈 2005-09-19

레이첼 맥애덤스의 아리따운 얼굴은 지나치게 반듯하다. 로브 슈나이더와 몸이 뒤바뀐 10대 소녀를 연기한 <핫 칙>(2002)과 린제이 로한과 맞장뜨는 여왕벌로 분한 <퀸카로 살아남는 법>(2004)에서, 그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인형처럼 곱다. 그에게 처음으로 명성을 안겨준 <노트북>(2004)에서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가난한 청년과 사랑에 빠지는 40년대 부잣집 아가씨 역에 그토록 잘 어울리다니. 순정의 여왕에 가까운 얼굴로 충무로가 아닌 할리우드에서 살아남기란 어림도 없는 일이다.

현명하게도, 레이첼 맥애덤스는 퀸카로 살아남기를 바라는 배우는 아니었다. 린제이 로한이 패리스 힐튼과 파티를 열고, 다이어트를 하고, 금발로 염색을 하는 동안. 맥애덤스는 타고난 금발을 갈색으로 숨기고 웨스 크레이븐의 “작은 스릴러영화”에 승부를 걸었다. 호러영화의 거장은 “오디션이 좋다. 뭔가를 쟁취하기 위해 투쟁하는 것이 더 재미있기 때문”이라는 당찬 29살 여배우의 진가를 알아보았고, 순결한 그의 얼굴을 반전처럼 이용했다. 겁에 질린 강아지눈으로 눈물을 뚝뚝 흘리다가도 예기치 않게 한방을 날리는 맥애덤스의 연기는, 능수능란한 킬리언 머피의 테러리스트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캔디를 기대했더니 이라이자가 튀어나온 까닭이다.

수줍은 미소에서 읽어지듯이, 레이첼 맥애덤스는 작은 마을 출신이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조그마한 도시에서 트럭 드라이버와 간호사의 막내딸로 태어난 맥애덤스는, 매 여름을 맥도널드에서 프렌치 프라이 튀기는 데 보낸 수수한 아가씨였다. 근처 대학에서 문화론을 공부하려던 그가 연기를 전공하게 된 것은 순전히 고교 연극부 선생의 설득 때문. <핫 칙> <퀸카로 살아남는 법>과 <노트북>을 거쳐 명성을 쌓아오던 그는 <웨딩 크래셔>와 <나이트 플라이트>의 동반성공으로 생애 최고의 여름을 보냈다. “동물처럼 카메라 앞에서 먹이를 찾아 배회하다가, 던져진 어떤 것이든 해낼 수 있는 준비를 하는 것이 재미있다”는 레이첼 맥애덤스는, 지금 스타덤의 일등석 티켓 창구에서 기다리는 중이다. 이코노미 클래스는 나에게 어울리지 않아, 라는 독기어린 심장을 순정의 얼굴에 숨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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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RE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