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릴라 울음을 직접 시연하는 버호벤. 현장에서의 적극성으로 평가가 높다.
<할로우 맨> 이전에도 투명인간 영화는 많았지만, 이 영화의 사실성은 사상 최고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각막 이야기는 그만 좀 하자! 어디까지나 화면에 보이는 사실성이 중요하니까). 더욱이 <할로우 맨>에는 장기와 근육, 힘줄, 혈관을 질릴 정도로 보여주면서도 정작 투명인간에게는 조잡한 고무 마스크를 씌우는 애교 넘치는 유머도 존재한다. 이같은 효과를 위해 제작진은 배우 케빈 베이컨의 전신을 스캔한 뒤, 철저한 해부학적 검증을 거쳐 완벽한 CG 복제인간을 만들었다. 또한 투명인간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모션 컨트롤 카메라로 배우와 배경을 따로 찍어야 한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합성을 위해 배우를 지우면 없어지는 배경을 따로 찍은 부분으로 채우는 것이다. 이같은 시각효과의 전 과정을 주요 장면별로 세분화한 메이킹 다큐멘터리는 쉬운 해설과 풍부한 자료 화면을 통해 복잡한 작업 과정을 잘 요약해놓았다. CG 소스 영상이나 합성 전후의 영상 비교 등을 따로 감상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촬영장에서 볼 수 있는 최고의 스펙터클은 폴 버호벤 감독 자신이다. 아예 ‘할리우드의 매드 사이언티스트’라는 별도의 챕터가 마련되어 그가 촬영장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화면에서의 박력을 조금이라도 더 짜내기 위해 배우 이상으로 잔뜩 과장된 연기 시연을 하는 모습은 때로 ‘저럴 필요까지 있나’ 싶을 정도다. 압권은 고릴라 실험 장면에서 확성기에 대고 애써 울음소리를 내는 모습. ‘컷’ 소리와 동시에 뒤집어지는 현장의 분위기가 즐겁다.
투명 효과를 위해 케빈 베이컨은 다양한 색의 복장과 분장을 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