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에서 새로운 대규모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그것도 5년 정도밖에 안 남았다!”
참, 기분 나쁜 소리다. 그러나 아무도 중국과 러시아가 최첨단 무기를 동원해 황해 건너 지척거리인 산둥반도에서 대규모 합동군사훈련을 벌이는 것을 막지는 못한다. 그게 현실이다.
‘아시아전쟁론’은 기본적으로 중국의 비약적인 팽창과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중국이 저처럼 해마다 9%, 10%씩 고도성장을 하지 않았다면 아예 그런 싹도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오랫동안 중국 따위야 13억 인구에서 유추되는 ‘x13억’(곱하기 13억)의 봉인 나라였다. 그런데 웬걸, 앞으로 25년 정도면 자기네 국민총생산 수준을 능가할 수 있다는 것 아닌가? 미국이 도저히 그런 상황을 용납할 리 없다. 미국이 어떤 나라인가? 19세기 말 미국에 들어온 수십만명의 중국인을 사실상 노예처럼 부려먹고 강탈하고 차별한 나라가 아닌가? 1779년 나라를 세운 이후 외국과 전쟁이나 전투를 하지 않은 해가 거의 없다는 호전적인 국가가 아닌가? 따라서 미국이 세계 헤게모니를 지속적으로 독점하기 위해 중국을 철저하게 찌그러뜨리려는 것은 짐작할 수 있다. 네오콘 세력은 이렇게 말하리라. 전쟁? 그건 우리의 전공 아닌가? 우리는 전쟁으로 나라를 세우고 전쟁으로 오늘날 같은 대제국을 건설했지.
일본의 경제평론가 마쓰다 도시오 같은 사람은 ‘2010년 상하이 엑스포 무렵’을 발화시점으로 예측한다. 그는 전쟁에 이르는 과정에 대해 이런 식의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2010년 상하이 엑스포가 끝나기 전 중국에서는 버블경제가 파탄하게 되고, 그 결과 전 인구의 95%에 이르는 빈곤층이 폭동을 일으킨다. 이런 위기상황에서 후진타오 정권은 군권을 장악하기 위해 전쟁을 일으킨다. 권력은 대포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대상지역은 대만!”
대륙 중국과 대만 사이의 전쟁이 단지 분단된 두 세력 사이의 대전으로 끝날 것인가? 아니면 앞으로 인류역사에서 제3차 세계대전이라 기록될 규모로까지 확대될 것인가? 이 중대차한 문제를 결정짓는 것은 정작 두 교전 당사자가 아니다. 전적으로 미국에 달려 있다. 이런 시나리오의 가능성 때문에 미국은 동맹국 일본을 지속적으로 키워준다. 사실상 수천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대규모 플루토늄 재처리작업을 묵인하고, 미국의 아시아 전초군사기지 사령부도 일본으로 옮기려 한다.
그런데 현실은 이런 시나리오보다 훨씬 더 나아가고 있다. 미국을 보자. 9·11 사태 이후 테러를 구실로 삼아 아시아의 심장부를 전격적으로 치고 들어갔다. 오사마 빈 라덴과 탈레반을 잡는다며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일으키고, 세계 2위의 산유국 이라크까지 점령했다.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에도 속속 미군기지가 들어섰다. 카스피해 지역의 아제르바이잔과 그루지야까지 포섭해 군사기지를 설치하려는 작전도 추진됐다.
중국과 러시아는 몇 가지 이유에서 미국의 중앙아시아 진출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초기 미국의 기세가 워낙 거센데다가 테러를 내세워 군소국의 손목을 비트는 미국의 수법을 자신들도 체첸(러시아)이나 신장위구르(중국)에서 써먹는 반대급부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중앙아시아 진출은 도를 넘어서고 있었다. 미국이 애초 내세운 대테러전 명목과 달리 중앙아시아 국가의 미군기지를 장기적으로 존속시키는 전략을 밀어붙인 것이다. 드디어 중국과 러시아는 비장의 카드를 뽑으며 반격에 나섰다. 2005년 8월20일 최첨단전략폭격기, 최신 상륙함, 조기경보기 등 최첨단 무기를 일제히 동원해 합동군사훈련에 돌입한 것이다. ‘평화의 사명-2005’…. 두 나라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앞으로 인도까지 끌어들여 3개국 합동의 대규모 군사훈련을 정례화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곧바로 중국과 러시아 사이의 전략요충국 몽골과의 합동군사훈련으로 맞받아치고 나섰다.
이 무시무시한 소용돌이 속에서 과연 한국은, 한반도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것일까? 불가피하게 중러작전에 대항하는 미일합동군사훈련에 참가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나아가 미-몽골합동군사훈련에도 고문단이나 의무부대를 파견해야 하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까? 그런 선택의 보복은 어떤 식으로 나타날까? 이건 영화가 아니다. 아니, 그 어떤 영화보다도 더 두눈을 휘둥그레하게 하고, 더 심장을 오싹하게 하고, 더더욱 뒷골을 당기게 한다.
평화는 너무 오래 계속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