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자리가 ‘물고기자리’인 사람의 특징은? 집착이 심하고 질투가 많다. 그리고 유달리 심리적인 변화가 잦은 편. 연애를 해도 늘 상대를 부담스럽게 만든다. 영화 <물고기자리>는 이렇듯 복잡한 내면의 여성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다.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면 앞에 열거한 특징들이 기실 ‘사랑’이라는 감정의 공통적인 사항임을 알 수 있다. 누구나 상대방을 좋아하게 되면 어느 정도는 질투하고 상대에게 집착하게 마련 아닌가. <물고기자리>는 한국 멜로영화의 지평을 넓힌 영화라고는 할 수 없지만, 신파의 유혹은 현명하게 피해간다. 대신, 고통스런 ‘외사랑’의 감정을 관객에게 호소할 따름이다.
애련은 비디오숍을 경영하고 있다. 그녀에겐 수족관의 열대어 한 마리, 그리고 영화가 유일한 친구다. 그런 애련이 손님으로 온 동석에게 이상한 친밀감을 느낀다. 프랑스영화를 좋아하는, 푸근한 이미지의 작곡가 동석을 향한 감정은 애정으로, 조금 심하다 싶을 정도의 집착으로 변해간다. 그리고 그의 사생활에 조금씩 개입하기 시작한다. 동석은 그녀가 차츰 부담스러워진다. 김형태 감독의 장편데뷔작으로 그는 각본 작업을 겸하기도 했다. 평소 유럽영화를 선호한다는 김형태 감독은 영화에서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등의 대사를 부분적으로 인용하기도 한다. 영화에서 애련과 동석의 관계가 실은 오래 전부터 ‘준비’된 것임을 드러내는 대목은 <물고기자리>의 시나리오가 나름대로 탄탄한 수준임을 과시한다. 배우 이미연의 농익은 심리 연기가 영화보는 즐거움을 배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