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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국제 다큐멘터리 페스티벌 2005 [2] - 8월29일~9월2일

※ 방송시각은 TV방영시각이며, 상영시각은 EBS 스페이스에서 상영하는 시각을 말합니다.

8/29(월) 10:00 a.m.

<형제> Compadre/ 미카엘 비스트룀/ 86분/ 스웨덴/ 2004년/ 방송 오전 10시(상영 밤 9시30분)

30년 전 페루를 여행하던 감독은 동년배의 인디오 청년 다니엘을 만나고, 서로를 ‘형제’라 부르는 절친한 친구 사이가 된다. 다니엘은 나이가 들고 손자가 생겼지만, 평생 가난을 극복하지 못했고, 그로 인한 불만과 피로가 쌓였다. 아무리 일해도 나아지지 않는 살림, 자식들에게 대물림된 가난을 비추는 카메라 앞에서 그는 분노를 터뜨리며 촬영 거부를 선언한다. 다니엘의 가족, 그리고 그와의 특별한 우정을 기록하던 감독의 고민은 커져만 간다. “불평등의 막다른 골목에서 만난 우리가 함께 갈 수 있을까.” 형제에 대한 책임감은 과연 어디까지인지, 감독의 시선과 감정의 소용돌이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작품이다.

8/29(월) 11:50 p.m.

<양치기의 여정> A Shepherd’s Journey into the Third Millennium/ 에리히 랑그야르/ 124분/ 스위스/ 2002년/ 방송 오후 11시50분(상영 9월2일 밤 9시)

수백 마리의 양떼가 넘실거리는 알프스 산맥 언저리의 루체른은 그림엽서 속에서 튀어나온 듯 아름답기 그지없다. 이곳의 양치기인 토마스는 비용을 줄이려는 양 주인의 뜻에 따라 1년 내내 양들을 데리고 산을 누비는 21세기의 유목민이다. 그의 삶은 100년 전에도 그랬을 것처럼, 현대 문명과 동떨어져 있다. 오직 손과 다리를 써서 양을 먹이고 털을 깎는 그의 삶은 고되지만, 현대 도시 속의 그것이 줄 수 없는 무언가를 간직하고 있다. <양치기의 여정>은 외로움을 감수하며 가족과 자연을 호흡하는 그의 삶을 통해 인간의 존재에 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8/30(화) 11:50 p.m.

<달의 형상> Shape of the Moon/ 레오나르드 레텔 헴리히/ 92분/ 네덜란드, 인도네시아/ 2004년/ 방송 오후 11시50분(상영 저녁 7시)

자카르타로 이사온 삼대 가족의 하루하루는 바람 잘 날이 없다. 늙은 어머니 루미드자와 실직한 아들 박티, 부모를 잃은 손녀 타리는 쪼들리는 살림과 각박한 도시 인심이 야속하기만 하다. 독실한 기독교도인 어머니는 아들이 데려온 여자가 이슬람교도라는 사실이 못마땅하지만, 아들은 결혼을 성사시키기 위해 개종을 결행하고, 집안에 십자가를 두느냐 마느냐의 문제로 승강이를 벌인다. 결국 이들은 서로에게 ‘최선의 삶’을 찾아나서기로 한다. “달이 왜 바나나 모양이야?” “낫으로 베어서 그래. 베어도 자꾸 차오르는 거야.” 외롭고 힘겹지만 그래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달의 교훈’일까. <달의 형상>은 독재 정권이 무너진 뒤 세계화, 민주화 바람이 불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혼란과 불안, 낙관과 희망이 뒤섞인 공기를, 한 평범한 가족의 일상에 녹여 담아내고 있다. 직관적으로 어떤 행동이 일어나는 곳으로 카메라를 돌리는 ‘원 숏 시네마’ 기법을 즐겨 쓴다는 감독은 이들 가족의 이야기를 충실히 잡아냈을 뿐 아니라, 가끔씩 맥락과 연결된 사물을 물끄러미 응시하거나 독특한 조건과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을 시도하며 사색적이고 유려한 영상을 이끌어냈다. 선댄스영화제와 암스테르담다큐멘터리영화제 등에서 대상을 수상한 화제작이다.

8/30(화) 02:00 p.m.

<이라크의 목소리> Voice of Iraq/ 이라크 국민/ 80분/ 이라크, 미국/ 2004년/ 방송 오후 2시

2004년 봄, 디지털카메라 150대가 이라크에 배포되고, 수천명의 이라크인이 그 앞에 선다. 그들이 공개적으로 정치와 사회를 이야기하기 위해 입을 여는 건 24년 만에 처음 있는 일. 미군의 총격에 가족을 잃은 어머니의 눈물, 굶어 죽더라도 사담이 사라진 지금이 좋다는 소년의 미소, 전쟁이 터지기 전인 사담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통역사의 한숨, 장래 희망이 미국인이 되는 것이라는 꼬마의 웃음 등이 생생하다. 사담의 몰락, 반군의 습격, 주변국의 테러, 미군의 이라크 포로 학대, 이라크 축구단의 올림픽 선전 등에 대한 이라크인들의 다양한 반응이 엇갈리는 가운데, “세계에 우리의 미소를 보여주고 싶다”는 청년의 말이 진한 잔영으로 남는 작품이다.

8/30(화) 08:50 p.m.

<레닌그라드스키의 아이들> Children of Leningradsk/ 한나 폴락, 안드레이 셀린스키/ 35분/ 폴란드/ 2004년/ 방송 오후 8시50분(상영 9월1일 오후 5시40분)

레닌 동상이 쓰러진 지 10여년이 흐른 지금, 러시아는 안녕한가. 모스크바 중심가인 레닌그라드스키역 안에서 배회하는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긍정적인 답을 제시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전국적으로 400만명, 모스크바에만 3만명의 아이들이 가출한 채 살고 있다는 정보를 접하면 더더욱. 구타를 못 이겨 칼로 아버지의 배를 찌르고 집을 나온 열두살 로마, 열한살 때 강간당한 뒤 가출한 열네살 율라의 사연은 변태 매춘 행위를 제의받는다는 열세살 아르투르, 본드에 찌들어 사는 안드레이의 비참한 삶으로 이어진다. 이 영화는 비열한 거리에 내몰린 러시아 어린이들의 잔혹사다.

8/31(수) 11:50 p.m.

<눈물과 분노의 체크포인트> Checkpoint/ 요아프 사밀/ 80분/ 이스라엘/ 2003년/ 방송 오후 11시50분(상영 8월30일 오후 5시30분)

이스라엘 사람들이 보안장벽이라 부르는 그것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는 멸시의 장벽이다.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가 쉽게 오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취지하에 세워진 장벽 곳곳에는 검문소들이 있다. 이스라엘 군사 점령지역인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에 세워진 검문소들은 그곳을 넘나들며 생활할 수밖에 없는 팔레스타인들의 삶을 망치고 있다. “통과 못해요”, “갈 수 없어요”, “왜요?”, “날 탓하지 마요”, “보내주세요”. 상영시간 80분 동안 이 말은 수없이 되풀이된다. 일반인들은 말할 것도 없고, 등교 차량의 아이들 역시 차에서 전부 내려야만 한다. 장례식에 가는 사람이나, 앰뷸런스를 타고 있는 사람이나 예외가 아니다. 군인은 통행인에게 집으로 돌아가라고 하고, 통행인은 여길 지나야 집에 갈 수 있다고 하고, 군인은 하지만 여기는 지나갈 수 없다고 한다. <눈물과 분노의 체크포인트>는 애원과 거절의 모순된 일상이 고스란히 현실로 있는 곳이다. 검문하는 자와 검문당하는 자의 승강이가 영화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지만, 그것만큼 잔인한 완력의 현실도 없음을 알기에 2004년 유수의 영화제들이 이 영화에 관심을 쏟고 상을 안겨주어 격려했다.

9/1(목) 11:30 a.m.

<자유를 향한 위대한 행진, 마틴 루터 킹> Citizen King/ 놀랜드 워커, 올랜도 바그웰/ 120분/ 미국/ 2004년/ 방송 오전 11시30분

이미 TV용 다큐멘터리로 말콤 엑스의 일대기를 조명했던 올랜도 바그웰은 그 시절 또 다른 흑인 인권운동의 핵심이었던 마틴 루터 킹에 대한 가장 충실한 기록을 남기기로 한다. 이 다큐멘터리에 특별한 점이 있다면, <시민 케인>을 패러디한 영어 제목 <시민 킹>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그와 함께했던 수많은 이들의 증언을 퍼즐 조각 삼아, 마틴 루터 킹이라는 거대한 초상을 완성해냈다는 것이다. 링컨기념관에 구름처럼 모여든 군중 앞에서 “나에겐 꿈이 있습니다”로 시작되는 그 유명한 연설을 하던 모습부터 멤피스의 숙소 복도에서 암살되던 마지막 순간까지 방대한 자료 화면이 이어지고, 가까이 일했던 지인들은 그의 신념은 물론 고독의 무게까지 가늠해 들려준다.

9/1(목) 11:50 p.m.

<낙타와 별밤, 사하라 이야기> Asshak, Tales from the Sahara/ 울리히 코크/ 110분/ 독일, 네덜란드, 스위스/ 2004년/ 방송 오후 11시50분(상영 8월31일 밤 9시10분)

이국적인 낭만과 정취가 배어나는 시적인 다큐멘터리로, 사하라 사막을 떠도는 유목민들의 여정과 일상에 근접 조우할 수 있는 진귀한 기회를 제공한다. 가족 몇명과 낙타에 의지해 사막을 누비는 유목민들의 낙은 음악과 시와 이야기를 짓고 들려주는 것이다. 철저히 관찰자적 입장에 서 있는 감독은 이들이 들려주는 한 여인의 이야기와 실제 이들의 삶을 맞물려 보여주고 또 들려주곤 한다. 사막의 척박한 자연, 엄중한 코란을 기반으로 한 이들의 삶은 단조롭거나 불편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언뜻 <내셔널지오그래픽> 스타일의 인류학적 보고서를 떠올리기 쉽지만, 조용한 여백 속에서 유목민들의 호기와 여유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9/2(금) 07:30 p.m.

<내 마음속의 작은 평화> Little Peace of Mine/ 이얄 아브네리/ 55분/ 이스라엘/ 2004년/ 방송 오후 7시30분(상영 오후 3시50분

등굣길에 테러로 버스가 폭파되는 것을 본 이스라엘 소년 나다브는 충격에 휩싸인다. 그는 평화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고민한 끝에 그 해묵은 불화는 서로에 대한 무지와 오해에서 비롯된다는 결론을 내리고, 팔레스타인 어린이들과 만남을 갖기로 한다. 뜻을 같이 하는 양쪽의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게 될 것이고, 그 아이들이 어른이 되는 세상엔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언어와 문화의 차이, “만나서 폭탄 만드는 법 배우냐”는 냉소를 딛고 만남을 이어가지만, 정권이 바뀌고 냉각 기류가 흐르면서, 나다브의 운동은 위기에 봉착한다. 현실의 장벽에 부딪힌 소년의 이상이 묵직한 감동과 안타까움을 전한다.

9/2(금) 11:50 p.m.

<나의 사랑 나의 아이들> My Flesh And Blood/ 조너선 카시/ 83분/ 미국/ 2002년/ 방송 오후 11시50분

미국 캘리포니아에 사는 독신녀 수잔은 13명의 엄마다. 자신이 낳은 두 아들을 빼놓으면 모두 입양한 아이들이다. 게다가 그들 중 대다수는 치명적인 장애가 있다. 제니아와 리비는 다리가 없고, 페이스는 끔찍한 화상을 입었으며, 앤서니는 암까지 앓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모두 깨끗한 마음씨와 친절한 미소를 띤 천사들이다. 이 집의 유일한 골칫거리는 조. 낭포성 섬유증과 심각한 조울증을 가진 조는 엄마와 형제들에게 못된 행동과 말을 한다. 막판에서 비밀이 풀리는 ‘반전영화’처럼, 한 여성의 지극한 사랑을 담은 <나의 사랑…>은 마지막 장면까지 봐야 그 진실을 깨달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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