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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공주를 돌려달라, <루루공주>

SBS <루루공주>의 패착은 무엇인가

고희수(김정은)는 재벌가 손녀딸, 이른바 현대판 공주다. 오빠와 동생(아는 동생)이 가업을 잇기 위해 회사에서 고군분투할 때, 27살이나 된 공주님은 할아버지가 짜준 스케줄에 맞춰 꽃꽂이로 요리학원으로 고군분투 중이다. 미래 왕비님이 되기 위한 수업 중이랄까. 할아버지가 어찌나 엄중 관리를 잘하셨는지, 공중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어본 적 없고, 길거리 떡볶이를 먹어본 적도 없고, 오뎅을 먹고 카드를 내밀 정도다. 그런 이 언니, 결혼식장에서 도망가는 친구를 돕다가 희대의 바람돌이요, 자기네집보단 떨어지지만 아무튼 사장 아들인 강우진(정준호)을 만난다. 그리고 그동안 자기 하나만 바라본 찬호(김흥수)에게 아랑곳하지 않고 바람돌이와 바람 불지 않는 무풍지대 연애를 한다. 참으로 공주님답지 않게.

스토리로만 보자면 딱 눈요깃거리 철철 넘치는 상류층 러브스토리라 재밌을 것도 같은데, 이 드라마, 실망스럽게 재미없다. 왜 재미없나? 이 무수리, 곰곰이 생각해보니, 심각한 본체 결함 발견! 그게 뭐냐? 공주마마 보려고 틀었는데, 웬 공주인 척하는 뼛속까지 무수리? 보면 볼수록, “씻지 말고 닦으세요, 룰루∼”, 2절로 “기지 말고, 걸으세요. 룰루∼” 노래가 절로 나올 정도다.

무수리인 증거 1. “너 때문에 1억이 날아갔어. 일당으로 1억 갚아”라고 남자가 말했을 때! 이 공주님, ‘시켜만 줍쇼’ 모드로 공사판 식당 아줌마 노릇도 마다하지 않기. 하지만 공주라면? 아마 당장 카드를 내밀며 우아하게 다음과 같이 명령 하달하셨을 거다. “일시불!”

증거 2. 너무 뜯어고친 여자가 나타나 클럽에서 내 남자에게 때밀이 자세로 찰싹 밀어붙이고 있을 때! 이 공주님, 울며 뛰쳐나갈 뻔하다가 마음 바꿔 치맛단 뜯더니(그게 몇 백만원짜리든 뭐든), 허벅지 훌렁 드러내고 섹시댄스로 내 남자 유혹하기. 하지만 공주라면? 눈도 깜짝 안 했을걸? 공주 사전 가라사대, “나를 두고 딴 여자 좋다는 남자… 도 있나?” 공주님은 자신만만 빼면 시체, 태어날 때부터 천상천하 유아독존이요, 후천성 겸손 결핍증이 바로 공주님 아닌가?(같은 핏줄인 ‘자뻑’ 왕자님들을 생각하라). 어쩌면 이 드라마엔 숨겨놓은 원작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 원작은 <왕자와 거지>다(왕자인 척하는 거지 이야기). 그렇지 않고야 설명 불가다. 앗! 아니다. 혹시 놀라운 반전까지 <파리의 연인>을 참조한 거? 희수를 “아가씨!”하고 부르며 고고한 자세로 시중 들던 그 언니! 그 언니가 실은 그 집 진짜 딸내미요 공주였던 거? 출생의 비밀로? 얼굴은… 그냥 좀 삭은 거고. 바로 그거다. 그럼 이야기가 좀 된다. 어쩐지, 그 언니야말로 공주의 도도한 품위가 느껴지더라니. 그렇다면? 진짜 공주를 돌려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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