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장’이 기본적으로 춤추기 위한 곳이란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춤추는 공간만 있는 것은 아니며 시종일관 빠른 템포의 댄스음악만 흘러나오는 것도 아니다. 보통 댄스 클럽에는 칠아웃 룸(chill-out room)이란 별도의 작은 공간이 있다(그러니까 나이트클럽이 아니라 이른바 테크노클럽을 말하는 것이다). 클러버(clubber)들이 플로어에서 열띤 춤과 무아(無我)의 세계를 탐닉하다 자리를 옮겨 ‘열기와 땀을 식히며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 바로 칠아웃 룸이다. 그러니 이 공간에 차분한 일렉트로닉 음악이 흐른다는 점은 굳이 가보지 않아도 예상할 수 있다. 앰비언트니 다운템포니 칠아웃 뮤직이니 하는 세세한 구분까지 신경쓸 필요는 없겠고.
노르웨이 출신의 일렉트로니카 듀오 로이크솝(Royksopp)의 데뷔작 <Melody A.M.>(2001)은 표제처럼 밤의 열기보다는 밤새운 뒤의 아침에, 플로어보다는 칠아웃 룸이나 침실에서 각광받은 음반이다. 신스팝과 하우스 뮤직과 다운템포를 결합한 그 음반은 ‘에어(Air)의 <Moon Safari>의 재래’, ‘올해의 다운템포 음반’ 등의 평가를 받으며 영국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모은 바 있다. 이후 콜드플레이 등의 리믹스 작업과 지난한 공연으로 시간을 보낸 로이크솝은 최근 2집 <The Understanding>(EMI 발매)을 완성해 돌아왔다.
노래와 멜로디는 강화되었고, 메트로놈은 빨라졌으며, 비트와 사운드 층은 두터워졌다. 청량한 신스팝(synth-pop) 사운드에 영묘한 목소리가 시럽처럼 얹히는 <Only This Moment>와 무감각하게 느껴질 정도로 어둡고 차갑게 진행하는 업템포 넘버 <Circuit Breaker>는 대표적이다. 킬로니스 존스의 R&B풍 보컬을 초빙한 <49 Percent>나 훵키하게 파닥이는 <Sombre Detune>도 이채롭긴 하지만 대세에는 영향없는 경우다. 물론 멜랑콜리한 피아노, 점증하는 비트와 사운드가 인상적인 <Triumphant>나 이와 수미쌍관을 이루는 엔딩곡 <Tristesse Globale>처럼 차분한 넘버들도 있지만 음반의 중심은 아니다. 결론적으로 <The Understanding>은 전작과는 반대로 아침보다는 밤을, 칠아웃 룸보다는 플로어를 지향하는 음반이다. <Melody A.M.>도 함께 라이선스 발매되었으니, 취향에 따라 선택하시압. 물론 둘 다 선택해서 냉탕과 온탕을 오가듯 즐기는 것도 좋을 듯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