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채 가시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가을을 준비하는 드라마가 있다. 요즘 드라마로서는 이색적인 중매 결혼이라는 소재로 결혼의 진정한 의미를 조명해 보는 한국방송 드라마 <웨딩>이 바로 그것. 23일 첫 선을 보일 <웨딩>은 <가을동화> <겨울 연가>로 일본에 잘 알려진 오수연 작가와 중국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는 장나라, 가수 활동으로 일본내 입지를 굳힌 류시원이 호흡을 맞춰 한류열풍을 이어갈 채비도 갖췄다.
부족함없이 자란 부잣집 딸 세나(장나라)와 외무고시를 통해 자수성가한 외교관 승우(류시원)가 중매결혼을 하면서 겪는 갈등과 화해를 통해 ‘결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본다는 것이 제작 의도이다. 여기에 승우가 오랫동안 좋아해오던 친구 윤수(명세빈)와 승우의 선배이자 윤수의 약혼자 진희(이현우)가 등장하여 극의 재미를 더한다. 중매 결혼이라는 색다른 소재와 외교관, ‘하우스매니저’ 같은 이색 직업이 등장한다는 점 외에는 기존의 트렌디 멜로 드라마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한류 드라마 치고는 거대한 스케일의 역사물이나 운명적 사랑을 그린 시대극이 아니라 힘이 약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제작진은 작가의 섬세한 필치와 적역을 맡은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에 기대를 걸고 있다. 16일 제작발표회에서 만난 두 주인공 장나라와 류시원은 “오랜 공백을 깨고 국내무대 복귀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시나리오가 너무 좋아서 출연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전작에서 주로 운명적인 사랑을 순수하고 서정적인 톤으로 그려내 많은 인기를 얻은 작가에 대한 믿음이 작용했다는 말이다. 오수연 작가는 “재미있고, 현실에 마땅히 있어야 할 것이 들어간 판타지를 그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드라마에 맞춤한 옷을 입혀준 캐스팅은 드라마에 안정감을 더해 준다. 매너 좋은 귀공자 역을 맡은 류시원은 “식상해 할지도 모르지만 같은 역할이라도 좀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며 의욕을 보였다. <명랑소녀 성공기> <내 사랑 팥쥐> 등에서 억센 천방지축 소녀를 연기했던 장나라의 연기변신도 볼거리다. “평소 조용한 성격과는 달리 드라마에서는 항상 발랄하고 귀여운 모습만 보여야 했다”는 그는 “이번 드라마를 계기로 연기생활의 전환점을 마련하고 싶다”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서동요> <비밀남녀> 등 쟁쟁한 경쟁작들 사이에서 <웨딩>이 과거 한국방송 드라마가 독점하던 월·화요일 시간대를 되찾고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정해룡 피디는 태연한 모습이었다. “시청률에 연연해 큰 욕심으로 (출생의 비밀 등) 적극적인 상황을 만들기 보다는 섬세한 묘사로 공감이 갈 수 있는 이야기를 하겠다”고 설명했다. <불멸의 이순신> 외에 별다른 성공작을 내지 못하고 있는 한국방송에 등장한 구원투수가, 얼마나 어깨에 힘을 빼고 정교한 제구력을 구사할지가 관심 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