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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 제인 폰다를 만나다, <스탠리와 아이리스>

<MGM> 8월21일(일) 밤 7시55분

최근 미국에선 제인 폰다의 15년 만의 영화 출연이 화제라고 한다. 1989년 이후로 처음 영화를 찍는다는 것. 제인 폰다는 배우 헨리 폰다의 딸로 유명하며 진보적 정치활동을 하거나 반전운동가로 일하기도 했다. 에어로빅 비디오에서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는 운동까지, 그녀의 다양한 경력은 남다른 데가 있다. 제인 폰다가 영화계에서 모습을 감출 당시 마지막 출연작으로 선택한 것이 <스탠리와 아이리스>였다.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진 영화치곤 단출한 캐릭터와 이야기를 지닌 <스탠리와 아이리스>는 로버트 드 니로, 그리고 제인 폰다라는 배우의 연기만으로도 흡족한 멜로영화다.

공장의 구내식당에서 일하고 있는 스탠리는 밤무대 연주자였던 아버지의 유랑생활로 인해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했다. 차가운 외모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괴팍한 남자로 취급하지만 실상 성실하고 따뜻한 인품을 지녔다. 한편, 아이리스는 남편을 잃고 생계를 위해 동네의 공장을 다니고 있다. 어느 날, 아이리스는 퇴근해 집으로 돌아오는 도중 소매치기로부터 지갑을 강탈당하게 되고 스탠리의 도움을 받는다. “어떻게 이런 발명품을 만들죠?” “사람을 독방에 가둬놓으면 스푼으로 그림을 그리고 바퀴벌레를 훈련시키죠.” 특이한 대사로 관객의 기억에 각인된 영화 <스탠리와 아이리스>는 중년의 남성과 여성이 우연히 만나 친구가 되는 과정을 담는다. 영화에 남다른 면이 있다면, 전형적 할리우드 멜로영화의 규범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연애의 판타지 속성을 작품에서 거의 제외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스탠리와 아이리스>는 일정한 미스터리를 깔아놓고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다. 스탠리의 행동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많은 편이다. 그는 다른 이의 부탁으로 두통약을 찾는 상황에 놓이지만 자신 눈앞에 버젓이 약병이 있음에도 알지 못한다. 하찮은 일에 타인에게 화를 내거나 언성을 높이는 일도 잦다. 그저 “이상하군” 하며 뒤돌아서는 사람들 틈에서, 아이리스는 스탠리의 숨겨진 비밀을 하나 깨닫게 된다. 그는 글을 전혀 읽지 못하지만 남들에게 티내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스탠리와 아이리스>에서 일상의 순간은 묘한 깊이를 지닌다. 스탠리는 아이리스에게서 글을 배우기 시작하고 그녀의 집안일을 약간씩 도우면서 공부를 한다. 학생 스탠리가 다림질을 대신 해주면, 일과 피곤에 지친 교사 아이리스는 옆에서 보일 듯 말 듯 웃음을 짓는다. 중년의 사랑방식일까. <스탠리와 아이리스>의 마틴 리트 감독은 <노마 레이>(1979) 등 미국 여성의 삶을 사실적으로 바라본 작품을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 등 장르영화에서도 성공을 맛보았던 마틴 리트 감독은 아쉽게도 <스탠리와 아이리스>를 유작으로 남기고 세상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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