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너리즘에 빠져 언제나 같은 순서로 진행되는 애인과의 섹스. 더이상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그 뻔한 과정. 미드나잇채널의 <연인들을 위한 섹스 가이드>는 이런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제목에서 바로 내용을 연상할 수 있는 <연인들을…>의 목적은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체위를 상세히 알리는 데 있는 듯하다. 그러니 재연하며 알려주는 체위만 100여 가지가 넘는 <연인들을…>만 챙겨본다면 ‘지루한 에로틱 라이프’에 마침표를 찍어도 될 듯하다.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장점은 시청자의 레벨을 고려한 ‘커리큘럼’이다. 시간이 문제인 초보자에게는 비교적 ‘노마르’한 여성상위 체위를 추천하는데, 이유인 즉 여성이 강도를 조절할 수 있어 쾌감을 쉽게 느끼기 때문이라고. 삽입 정도는 깊어지지만, 남성에게는 큰 자극이 가지 않기 때문에 사정 시간을 늦출 수 있는 비법도 알려준다.
반면, 상급자편에서는 보편적인 체위에서 파생된 다양한 응용 자세를 추천한다. 응용편이라고 크게 긴장할 필요는 없다. 평소 즐기던 기본자세에서 다리 하나만 들어도, 혹은 몸을 조금만 비틀어도 전혀 다른 감각을 자극하게 된다는 것이 <연인들을…>의 주장이다.
<연인들을…>는 장르의 거대 수용자인 남성만을 위해 제작되는 다른 에로틱 프로그램과 조금 다르다. 여성의 쾌락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하는 이 프로그램은 배우들의 ‘쭉쭉빵빵’한 몸을 최대한 에로틱하게 보여줘야 한다는 장르의 불문율도 무시한다. 여성이 섹스의 도구가 아닌 당당한 다른 주체라고 말하며 전희를 충분히 즐기고, 페이스를 조절하며 사정을 늦출 것을 남성에게 요구하기도 한다. 당신의 연인이 그간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했을지도 모른다는 경고도 잊지 않는다. 연인 사이에 나누는 섹스의 가장 큰 의의는 ‘함께’ 즐기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