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기의 체험이나 기억은 일생 동안 감성을 지배한다. 그래서 어릴 적 유소년기의 정서적 환경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의 근대사는 기간에 비해 매우 굴곡진 격변기를 겪어왔다. 그만큼 각각의 세대는 매우 다양한 체험으로 인해 흔히 얘기하는 ‘세대차이’의 폭 또한 매우 깊은 편이다. 특히 70년대에 태어나 유년기를 지낸 이들은 초기 경제부흥기를 바탕으로 새로운 신문화를 접하게 된다. 이전의 ‘라디오 세대’에서 첨단의 ‘TV 세대’로 전환된 시기였기 때문이다. 70년대에 흑백TV가 일반화되었다면, 80년대에는 컬러TV가 널리 보급되었다. 어찌 보면 두 시기는 현대의 대중매체로서 영상미디어가 자리잡게 된 기반이 된 셈이다. 그러면 첫 TV 세대로서의 수혜자였던 70∼80년대 유년기를 보낸 이들은 어떤 신문화를 접하게 되었을까?
1965년 한-일수교를 기점으로 70년대 이전 신문화의 중심이 미국 문화였다면, 이후엔 점차 일본 문화의 영향이 확대되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80년대는 그 현상이 더욱 두드러져 일본의 대중문화 유입은 더 이상 금기가 아니었다. 당시 유년기를 맞았던 이들의 상당수 역시 TV 만화영화를 통해 일본 문화에 익숙해져갔다. 물론 당사자들은 그렇게 베스트 시청률을 자랑하던 만화프로그램들이 일본 것이었음을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나 알게 된다. 하지만 그 같은 사실이 일본 문화에 대한 거부감으로 연장되진 않았다. 그 이면엔 두권의 베스트셀러 만화모음집 <다이나믹콩콩대백과>와 단편 로맨스소설집 <할리 퀸>이 큰 역할을 하게 된다.
이번 전시 <2005 다이나믹콩콩>(기획 박혁일)은 그러한 시대적 상황을 이면에 두고 있다. 70년대에서 80년대 초에 유년기를 보낸 미술가 중에 일본적인 문화적 감성을 나름대로의 독창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해낸 젊은 작가들을 초대한 것이다. 특히 작가 이동기는 만화 주인공 미키마우스와 아톰이 합체된 ‘아토마우스’를 통해, 미국과 일본의 문화를 동시에 접하며 겪어야만 했던 다중적 문화정체성을 상징화 한다. 또한 만화 <아색기가>로 잘 알려진 양영순은 일본 성인만화의 섹시한 관능미를 한국적인 미감으로 새롭게 담아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 밖에도 권재홍, 손지훈, 이애림, 이창근, 박정식 등 총 7명의 작가가 참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