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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컷] 그는 누구일까?
최보은 2005-08-12

인물1.

해방촌 옥탑방에서 사는 시인이 있다. 한여름이면 지붕이 프라이팬이 되는 ‘에어컨 프리’한 이 옥탑방에서 십년도 훨씬 넘게 살고 있는 그는, 올해도 덥다고 징징대는 일없이 조용히 여름을 나고 있다.

그는 다른 직업없이 오로지 시만 쓴다. 그래도 한번도 ‘먹고사는 일이 힘들다’거나 ‘배고프다’거나 ‘모자라다’고 넋두리하지 않는다. 시를 써서 버는 돈으로는 주로 책을 사는데, 읽고나면 다 남에게 줘버린다. 개중에 너무 좋은 책을 만나면 한꺼번에 여러 권을 다시 사서 그 책을 이해할 만한 주위 사람들에게 선물을 한다.

그에게는 휴대전화가 없고 음성녹음이 되는 집전화 한대가 있다. 그래도 일주일 내내 엄청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데 아무 어려움이 없다. 그는 초고속인터넷을 사용하지 않고 있지만, 누구도 그의 현실사회 인식에서 뒤떨어진 점을 발견하지 못한다. 자동차도 없지만, 여행하거나 약속시간을 지키는 데 아무 지장을 받지 않는다.

그는 안정된 노후를 대비하기 위하여 어떤 금전적인 마련도 하지 않고 있지만, 한번도 불안하거나 초조한 표정 짓는 일없이 곱게 나이들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그는 읽는 이의 영혼을 드럼세탁해주는 시를 쓴다. 그는 누구일까?

힌트) 기품이라는 말을 생각할 때, 내가 제일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OOO다. 그는 누구 앞에서도 움츠러드는 법이 없고, 누구 앞에서도 젠체하는 법이 없다. 움츠러들지 않는 것만이 아니라 젠체하지 않는 것도 내면의 견결한 자기긍정 없이는 힘들다. 그런 견결한 자기긍정을 내면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OOO은 귀족이고 아씨다…. OOO의 눈물을 나는 몇번 본 적 있는데, 그것이 자신을 위한 눈물이었던 적은 한번도 없었다. 세상에 넘쳐나는 눈물의 상당량이 눈물을 흘리는 당사자를 위한 것이라는 데 생각이 미치면, 그리고 세상의 추함 가운데 하나가 자기연민이라는 데 생각이 미치면, OOO의 마음자리를 신뢰할 수 있을 것 같다.(고종석)

인물2.

그는 지방대에서 노동법을 가르치고 있지만, 법 이외에도 철학자, 예술가 등 광범위한 인문학적 주제로 50권이 넘는 책을 썼다. 50이 훌쩍 넘은 나이에도 지적 열정은 식을 줄 몰라서 하루 평균 열네 시간, 글을 읽고 글을 쓴다. 그래서 ‘르네상스적 인간’이라는 평을 듣기도 한다. 지방대 출신으로 지방대 교수라는 사실 때문인지, 아니면 그만큼 ‘언행이 일치하는 삶’을 살 자신이 없기 때문인지, 주류학계쪽에서는 애써 그를 외면하려 드는 눈치도 보이지만, 그는 그까이꺼 명망성에 목숨 걸지 않는다. ‘자치, 자연, 자유’를 삶의 모토로 삼는 그는 자동차를 몰지 않는다. 식단에 오르는 모든 것은 텃밭에서 스스로 재배한다. 근거리는 자전거, 그것도 값싼 중고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쓴다. 멀리 갈 때는 기차를 이용하지만, 새마을호나 KTX나 비행기는 절대로 타지 않는다. 휴대전화도 없지만 20년 이상 수입의 3분의 1 이상을 환경단체 기부금, 학생 장학금 등으로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저축’을 모른다는 그의 유일한 재산인 시골 집과 텃밭은 모두 부인 명의로 되어 있다. 만약 올 여름 그의 저서를 3분의 1쯤만 섭렵할 수 있다면, 가을쯤에 우리는 제법 교양인 행세를 할 수도 있게 될 것이다. 그는 누구일까?

힌트) OOO 교수는… 전세계의 미술관을 거의 다 다닐 정도로 여행을 즐기지만 국내에서는 비행기와 고속전철을 거부하고 ‘느린 삶’을 신봉하며 휴대폰과 자가용 승용차를 거부할 정도로 검소하고 원칙에 충실하다… 게다가 지적 재산권을 거부하고 출판문화를 부흥시키는 데 보탬이 되려고 영세한 출판사에서 발간하는 거의 모든 책의 인세를 받지 않는다.(지강유철)

문제: 위에서 설명하는 두 인물은 각각 누구일까요?(정답을 맞히고 난 뒤, 서점에 이 시인의 시집이나 이 교수의 저서를 사러가는 분들께 제 아낌없는 뽀뽀를 부상으로 드립니다. 쪽쪽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