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8월14일(일) 밤 11시45분
1970년대는 전반적인 영화산업의 침체 때문이었던지 대작이나 특별히 기억할 만한 작품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대신 일정한 시기를 두고 장르의 트렌드에 따라 제작되었다. 액션영화도 70년대 유행했던 장르 중 아주 중요한 분야를 점하고 있었다. 그중 김두한이나 시라소니 같은 일제 강점기 시대에 실존했던 이른바 ‘주먹’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가 시리즈로 많이 제작되었다. 그런 협객 시리즈의 원조가 이 작품 <실록 김두한>이다.
이 영화의 액션장면은 지금 보면 다소 특이한 점이 눈에 띈다. 예를 들어, 싸움장면을 보여줄 때 카메라는 거의 고정된 채 프레임 안에서 한패가 싸우고 나서 프레임 밖으로 빠지면 다시 옆에서 두세명이 싸우면서 밀고 들어오거나 달라붙는 식의 촬영기법을 썼다. 카메라워킹이 별로 없으면서도 오히려 역동감을 준다. 클로즈업이나 근접촬영을 통해 컷을 나누는 편집으로 긴박감이나 액션감을 준다기보다는 프레임 안에서 현란한 몸동작을 보여주는 촬영과 편집기법으로 전반적인 액션장면을 처리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군데군데 과도하게 잘라낸 듯한 편집, 심지어는 사운드가 튈 정도의 편집이 눈과 귀에 거슬린다는 점이다.
이 영화가 만들어진 1974년은 김두한이 죽은 지 2년이 지난 때였고, 유신독재가 극에 달했던 시기. ‘한국적 민주주의’ 등의 구호로 유난히 우익 민족주의를 강조한 시기였다. 30여년이 지난 지금은 김두한에 대한 역사적 재평가가 내려지고 있지만, 30년 전 그때, 광복 30년을 앞둔 그 당시 상황에선 ‘김두한’이란 반일 우익주의자를 영웅으로 만들어야 할 사회적 분위기가 존재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