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사고였다. 혈기방장한 20대 가수가 제 흥에 겨워 아랫도리를 드러내는 바람에 생긴 일이고, 시청자들이 불쾌하고 꺼림칙한 경험을 한 일이며 왜 이런 사고가 터진 것인지, 사회문화심리학적 맥락에서 각계 전문가들이 한번쯤 짚어볼 만한 일이라 하겠다.
물론 방송사가 시청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출연자와 한통속으로 음모를 꾸몄다면 문제가 다르다. 그러나 양식있는 보통 제작자라면 그런 식의 깜짝쇼가 흥행에 보탬이 될 거라고 생각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양식있는 보통 시청자의 생각이다. 이런 식으로 생방송을 계속하면 또 어떤 가수가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는 식의 ‘재발 우려’는, 대한민국 대중가수나 시청자의 수준을 지나치게 얕보는 것이다.
그런데 왜, 문화방송은 <음악캠프> 방송 중단을 ‘함부로’ 선언하는가. 어떤 프로그램을 생방송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출연자나 제작자나 시청자나 ‘단 한번’이라는 기회의 제약에서 기인하는 응집력, 녹화방송과는 비교할 수 없는 생동감이 생방송의 매력으로 꼽힌다. 출연자가 사전 리허설 때 보이지 않았던 돌발 행동을 할 수 있어 위험하다고는 해도, 그래서 더 짜릿하고 볼 만한 것이 아닌가. 한 출연자의 ‘오버’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고 프로그램 폐지를 선언하는 것은 더 ‘오버’다.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다.
사건이 벌어지자 “공중파 어디까지 가나”식의 기사와 사설을 도배한 국내 유수 일간지들은 그야말로 ‘오버의 극치'다. 이번 일은 제작진이 어디까지 가보겠다고 작정해서 생긴 일이 아니라는 걸 삼척동자도 안다. 게다가 그런 기사가 실린 신문을 몇장 넘기다보면 만만치않게 낯뜨거운 연재소설이 튀어나오는 경우도 있다. 1면 사진부터 안쪽에 실린 만화와 소설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대표 음란물만 모아 게재하는 스포츠지를 자매지로 두었고, 그런 스포츠지가 청소년에게 판매되지 않도록 엄격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별로 목청을 높인 일이 없는 이들이다.
하여 이 연사, 소리 높여 외친다. 납득 안 되는 이유로 시청자의 생방송 볼 권리를 그토록 재빨리 박탈한 문화방송은 각성하라, 이런 문제만 생기면 무조건 ‘사전 심의 강화’로 연결시키는 시민단체는 레퍼토리 좀 바꾸시라, 제 눈의 들보는 아랑곳없이 남 눈의 티 찾아 맥락없이 오버하는 신문에는 <친절한 금자씨>의 특별한 격려를 전한다. “너나 잘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