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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성장드라마 <반올림2>, 어른들 사랑놀음 흉내낸 ‘멜로’
윤영미 2005-08-10

고교생 공감 소재 적극 반영해야

마냥 철부지 같던 옥림이가 고등학생이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성에 대한 관심도 부쩍 늘었다. 그러나 그 나이에 고민거리가 연애뿐인지 어른들의 사랑놀음을 그대로 흉내내는 모습이 썩 예뻐보이지는 않는다.

한국방송 2텔레비전의 성장 드라마 <반올림 2>가 최근 내보내는 내용이다. <반올림2>는 현재 지상파에서 방송되는 유일한 청소년 드라마. 2003년 11월 첫 방송을 시작해 중학교에서 일어나는 생활들을 신선한 소재로 다루며 화제를 모았던 <반올림>은, 지난 3월6일부터 일부 출연진을 교체해 고교생들을 주인공으로 한 <반올림2>로 새롭게 출발했다.

<반올림>이 방송 초기엔 각종 시민단체로부터 우수 프로그램으로 상까지 받았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들이 살아 숨쉬며 의미있는 일상의 모습을 실감나게 재현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그런데 요즘 들어 <반올림2>는 방향을 잃고 비틀거리고 있다. 사춘기 특유의 감수성과 다양한 고민을 보여주려던 성장 드라마의 본래 취지가 무색하게 멜로 드라마로 변질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 옥림이 외국에서 돌아온 예전 남자친구 욱이와 최근 자신에게 사랑을 고백한 여명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은 기존 드라마에서 익히 보아온 삼각관계 구도이다. 더구나 극중에 등장하는 여명은 유명회사 사장 아들로 트렌디 드라마에 등장하는 재벌 2세를 연상시킨다.

1편에서는 피부에 와 닿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데 견줘, 2편은 예쁘장한 부자동네 고등학생들의 인터넷 소설 같은 이야기로 쉽게 공감이 가지 않는다. 일부 청소년들에게는 현실 도피적인 판타지를 제공해줄 흥미로운 소재일지 모르겠지만, 대학 입시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많은 학생들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기 때문이다. 한 시청자는 “실제 고등학생들은 공부에 치이고 시간에 치이면서 힘들게 살아가는데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뭐가 그렇게 자유로운지…. 모든게 다 낭만적이네요”라고 드라마 게시판에서 꼬집었다.

남자 주인공들의 부정확한 발음과 어색한 연기도 극에 대한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이다. 뿐만 아니라 사진부 동아리의 선배로 나오는 진우의 염색을 한 단발머리는 실제 고교생의 머리 스타일과는 무척 동떨어져 있다. 비현실적이지만 꽃미남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모양이다. 이렇게 번듯한 외모가 부각돼야 각종 광고의 모델과 프로그램의 진행자 제의를 받을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일 것이다.

지상파 드라마가, 신인 연기자들이 빛나는 외모를 자랑하는 데뷔무대를 감상하는 자리에 그쳐서만은 안 된다. 청소년 드라마라는 콘셉트에 맞게 주 시청자인 청소년들의 다양하고 치열한 고민을 좀 더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주인공의 연애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실업계 고교 진학을 선택한 하림, 특목고 진학을 거부한 정민, 외모 지상주의를 풍자하는 은심과 같이 다양한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더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

한 누리꾼은 게시판에 “연애 이야기보다는 극 중 옥림이가 고1이니까 바뀐 입시제도로 고민하는 고1 학생들의 애환을 다루었으면 한다”는 글을 남겼다. <반올림2> 제작진은 시청자들이 드라마에서 추구하는 것은 단순한 눈요깃거리가 아니라, 자신들이 공감할 수 있는 주변의 이야기라는 것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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