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에서 가사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어떤 노래들은 가사가 중요하다. 가령 이렇게. “주어진 만큼만 누리는 것, 나눠진 만큼만 갖는 것, 필요한 만큼만 먹는 것, 허락된 만큼의 욕망”(<이런 생각 한번 어때요?>), “이 세상에 군대와 사람들의 재앙이 왜 있는지 알고 싶거든 깊은 밤 도살장에서 들려오는 가여운 비명소리에 귀 기울여 보게”(<귀 기울여 보게>). 노랫말과 곡 제목 모두 메시지의 ‘강한 포스’를 드러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메시지 또는 이야기가 없는 음악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앞에 옮겨 적은 노래의 주인공은 박창근이다. 대학 1학년 때 교수가 틀어준 정태춘의 <아, 대한민국…>을 듣고 충격을 받았고 그뒤 노래패 활동을 했으며 노찾사, 꽃다지 출신 등과 ‘가객’이란 밴드로 활동하기도 했고 거리에서, 소극장에서, 대학가에서, 비정부기구(NGO) 행사장에서 노래해온 포크 가수임을, 눈치 빠른 이들은 이미 짐작했을 것이다. 하지만 ‘가객’ 박창근의 2집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기회를…>은 단순히 민중가요와 포크(이 시대 청년 문화 트렌드와 가장 거리가 먼 코드?)로 서둘러 그의 음악을 마름질해서는 곤란하다는 점을 일러준다.
수록곡들은 세련되진 않아도 세심하게 빚어졌다는 인상을 준다. 큰 범주에서 통기타 포크 스타일이지만, 퍽 다채로운 외투를 걸치고 있다. 예컨대 훵키한 일렉트릭 기타가 맛깔스런 포크 록 넘버 <주라>와 <바람>, 하모니카와 셔플 리듬이 장단치게 하는 업 템포 포크 <이런 생각 한번 어때요?>, 각각 절창과 힘 뺀 가창으로 갈무리한 서정적 발라드 <이유 두 번째 이야기>와 <그래 주길 바랄 뿐이야>만 들어봐도 그렇다. 자신의 내면, 사람 사이, 사회 내, 나라간, 그리고 사람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풀어낸 노랫말도 상투적이거나 구호적이지 않고 정제되어 있어서 그 진심이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그런데 가사보다 곡조보다 먼저 파고드는 것은 박창근의 목소리이다. <어느 목석의 사랑> <저주> 같은 곡을 들으면, 누구라도 ‘김광석과 김두수를 2:1로 섞은 듯하다’는 소감을 말할 것 같다. 김창완을 연상시키는 <잊지 말아줘>를 포함해서, 이런 점은 장점이자 단점이다. 그게 거슬리지 않는 이라면, 그리고 민중가요와 포크에 대한 선입견에서 자유로운 이라면 이 음반은 주목할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