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층을 형성하며 인기를 끌어온 문화방송의 주간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극본 신정구 조진국·연출 노도철)가 지난 1일, 2부의 막을 내렸다. <안녕, 프란체스카>는 루마니아 출신 흡혈귀들의 한국 정착기를 그린 시트콤.
허 찌르는 코미디 세태풍자 패러디 맞춤한 연기 그들이 떠났다… 안녕, 흡혈귀들…
마지막 방송의 결말이 어떻게 날지 관심을 모았던 <안녕, 프란체스카>는 깜짝 놀랄 대반전이 아니라, 두일의 죽음과 그를 보내는 프란체스카 가족들의 이별 장면을 그려 시청자들을 눈물짓게 했다.
이 시트콤은 2부 종영에 이어, 루마니아에서 한국으로 오기 전 프란체스카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아 특집으로 내보낸다. 제작진은 현재 체코 프라하에서 이 내용을 촬영 중이다. 또 9월부터는 새로운 제작진과 출연진이 세번째 시즌을 선보인다.
<안녕, 프란체스카>는 지난 1월24일 첫 방송 뒤부터 독특한 스토리와 신선한 풍자로 많은 마니아층을 만들어냈다. 흡혈귀인 프란체스카(심혜진), 소피아(박슬기), 엘리자베스(정려원), 켠(이켠)과 원래 인간이었지만 프란체스카에게 물려 흡혈귀가 된 두일(이두일)이 가족으로 위장해 지지고 볶으며 함께 살아가는 내용을 담았다. 노도철 프로듀서는 “흡혈귀 가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은 단순한 패러디가 아니라, 이 시트콤만의 색깔로 사회를 풍자하고 세태를 비트는 데는 인간과 비슷하지만 인간이 아닌, 이승과 저승의 중간자적 존재인 흡혈귀가 어울린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안녕, 프란체스카>는 흡혈귀라는 이색적인 캐릭터를 등장시켜 현대인의 의식과 변화하는 가족 형태에서 파생되는 문제, 그리고 소비를 비롯한 현실의 문제를 때로는 풍자적으로, 때로는 코믹하게 그렸다. 프란체스카와 두일의 뱀파이어 결혼식 장면에서 축의금 대신 수혈을 받는다거나, 뼈다귀 모빌을 달아놓고 아기에게 무시무시한 내용의 책을 읽어주자 아기가 귀를 쫑긋하며 방글거리는 장면 등 이 시트콤만의 허를 찌르는 유머는 시청자들에게서 호평을 받았다.
“패러디의 절정은 현실을 패러디하는 것”이라는 조진국 작가의 말처럼 <안녕, 프란체스카>에는 우리의 삶이 그대로 녹아 있었다. 결혼식 전날 ‘대왕고모’ 소피아가 프란체스카에게 울면서 말하는 장면과, 두일이가 결혼식 기념촬영 때 새로운 가족을 얻었다며 감사해 하는 장면 등 이 시트콤은 단순히 웃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진한 감동까지 함께 시청자들에게 선사했다.
뿐만 아니라 각 캐릭터들의 정형화에도 성공했다. 심혜진, 이두일, 박희진, 박슬기 등 주요 출연자들이 펼치는 심리 묘사와 극의 분위기를 장악하는 자연스러운 연기, 에피소드는 시청자들이 생소하게 느낄 수 있는 흡혈귀 캐릭터들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도록 했다. 무표정하지만 날카로운 말투나 화려한 것 같지만 실상은 여린 프란체스카역의 심혜진은 20년 가까이 갈고 닦은 연기력을 아낌없이 발휘했다. 이두일도 무능한 노총각이면서 끝없이 따뜻한 가족을 꿈꾸는 두일 역은 그가 아니면 적역이 아니라고 할 정도였다. 또 능청스럽다 싶을 만큼 노년과 10대를 자연스레 넘나든 박슬기의 연기력과 이켠, 정려원 등 신인들의 풋풋하고 열성적인 연기도 매력을 십분 발휘했다.
여기에 ‘5000원의 궁상’ ‘꼭 한번 만나고 싶다’ 같은 인기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패러디와, ‘안성댁’ 박희진의 끊임없는 변신은 이 시트콤을 ‘흡혈귀들의 인간세계 견문기’에서 ‘인간 세계 일상의 코믹 시트콤’으로 변색시켰다.
매회 적절하게 기용한 카메오도 인기몰이에 한몫을 했다. <안녕, 프란체스카>에는 그동안 최문순 문화방송 사장을 비롯해 국립암센터 박재갑 원장, 디자이너 장광효, 가수 조성모·김흥국, 개그맨 조혜련·김경식, 연기자 다니엘 헤니, 아역배우 박지빈 등 수많은 연예인과 비연예인이 카메오로 출연해 시트콤의 맛을 살리는 촉매제 구실을 했다. 이 시트콤의 카메오 전략은 비연예인의 경우 가능하면 현실의 삶과 똑같은 역할을 맡김으로써 흡혈귀 캐릭터에서 올 수 있는 황당무계함을 완화시키는 기능을 하게 했다. 또 연예인의 경우는 화제가 되고 있는 상황이나 정반대의 이미지를 내세우는 역할을 부여해 웃음을 자아냈다.
‘시즌’ 개념 첫도입 9월 ‘시즌3’ 시작
김수미·현영·강두·이인성 합류
2부가 끝난 <안녕, 프란체스카>는 9월부터는 우리나라 시트콤사상 처음으로 ‘시즌’이라는 용어를 도입해 시즌 3을 시작할 예정이다. 2부까지 이 시트콤을 진행해온 노도철 피디는 “<프란체스카>가 외국 시트콤처럼 시즌제가 되길 바랐다”며, “원작의 독특함 때문에 부담이 크겠지만 바뀐 제작진이 새로운 느낌의 프란체스카를 보여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예능국 조희진 피디와 김현희 작가가 함께 만드는 <안녕, 프란체스카-시즌 3>은 오는 9월5일 첫 전파를 탄다. 시즌3에는 정규 멤버 중 심혜진, 박슬기만 남고 나머지 멤버는 빠지는 대신 김수미, 현영, 강두, 이인성이 정규 멤버로 투입된다.
조희진 피디는 “기존의 색깔을 유지하되 대중성을 확보하는 데 역점을 두고 캐스팅을 했다”며, “김수미씨나 현영, 강두씨는 나름의 개성성이 있기 때문에 이 특성을 최대한 캐릭터에 살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프란체스카와 동갑내기 친구인 ‘이사벨’역의 김수미씨는 남자를 잘못 만나 정기를 뺏긴 뒤 졸지에 50대 중년 여성의 외모를 지닌 흡혈귀로 분해, 특유의 코믹하고 맛깔스런 연기를 선보인다. 또 에스비에스 드라마 <패션 70’s>에서의 코믹 연기와 오락 프로그램에서의 엽기적 행동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현영은 이번 <안녕, 프란체스카>에서 섹시한 흡혈귀로 나와 남성 시청자들을 얼마나 텔레비전 앞으로 끌어모을지 관심거리이다. 그리고 이번에 가수에서 연기자로 변신하는 강두는 고민이 많으면서도 육감적인 몸매를 지닌 멋있는 흡혈귀 역을 맡았으며, 영화 <파송송 계란탁>에서 귀여운 연기를 한 아역배우 이인성이 새로운 프란체스카 식구로 합류한다.
조 피디는 “그동안 시즌 1·2가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마니아층을 형성했다면 시즌3은 중장년층 시청자도 흡수할 수 있는 캐릭터와 구성 등으로 시청자층을 넓히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영역을 가리지 않고 인간사회 현실을 더욱 신랄하게 풍자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