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만 봐도 수십편을 본 것 같은, 수십편을 봐도 한편 같은 식상하고 뻔하지만 ‘친근하다’는 이유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국산 에로영화. 지난 7월15일 첫 방송을 내보낸 캐치온 플러스의 <누드 법정> 시리즈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야기의 배경은 제목이 암시한 대로 ‘법정’이다. 등장인물은 팬티만 걸친 ‘누드’ 상태. 권위의 상징으로 넥타이는 갖춘 판사는 이혼하겠다는 남자와 그럴 수 없다는 여자가 벌이는 승강이를 끝까지 들은 뒤 시비를 가린다. <누드 법정>의 이런 줄거리는 KBS의 인기 드라마 <부부클리닉-사랑과 전쟁>을 연상케 한다. 그간 공영방송을 통해 전파를 내보낸 탓에 ‘19 이상’ 시청등급임에도 무리한 수위조절을 했던 <부부클리닉…>과 달리 <누드 법정>의 재연장면은 거침이 없다.
8월4일 방송의 주인공은 아내의 외도로 이혼 위기에 몰린 부부다. 하지만 아내는 “비즈니스였을 뿐”이라 주장한다. “남자들은 룸살롱에서 술과 여자로 접대하잖아요. 전 그냥 제 몸을 이용했을 뿐”이라고 말하는 아내에게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지려는 순간, 화면은 한 모텔의 침대 위로 바뀐다. 그리고 한 15분. 섹스신이 이어진다. 전체 러닝타임이 20여분임을 감안하면 <누드 법정>은 한국 에로영화 공식(오직 섹스!)에 매우 충실한 작품이다.
섹스 묘사도 한국 에로영화의 그것을 철저히 따른다. 여자 뒤에 선 남자가 여자를 번쩍 들어올려 삽입하는 힘자랑, 초 단위로 움직이는 듯한 허리 놀림을 국산 에로영화가 아닌 어떤 곳에서 찾을 수 있겠는가. 도대체 저들은 언제 지칠지, 저러다 다리 하나 부러지는 건 아닐지 걱정하게 만드는 이 놀랍고 황당한 시추에이션. 책 읽는 것보다 더 어색한 배우들의 연기(섹스신은 예외다), 그보다 더 우릴 당황스럽게 하는 두서없는 에피소드(어디서 시작하든 끝은 항상 섹스인). 이것이 그 작품이 그 작품 같은 한국 에로영화를 ‘자꾸만 보고 싶게’ 만드는 이유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