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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수목드라마 <루루공주>와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달콤한 상상 vs 참신한 소재

<루루공주>

‘드라마 끝났다, 뭐 하고 사나’, ‘드라마 끝났다, 휴가 가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MBC <내 이름은 김삼순>(이하 <김삼순>)이 지난 7월21일 막을 내리자 쏟아져나왔던 우스갯소리들이다. 후속작들한텐 미안한 발언이지만 ‘이젠 정말 뭐 봐야 하나’ 고민하는 시청자들이 꽤 있을 법도 하다. 마지막 시청률이 50.5%(TNS미디어코리아)였으니.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5명은 <삼순이>를 봤다는 이야기다. 다시 말해 시청자들 중 절반이 그녀와의 이별을 슬퍼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소리다.

그들의 허전함을 채워줄 후보작으로 손꼽히던 두 작품이 지난 27일 나란히 첫선을 보였다. <김삼순>의 후속으로 시작된 MBC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이하 <이별대세>)와 SBS <돌아온 싱글>의 후속 <루루공주>다. 두 작품 모두 하반기 기대작으로 손꼽히고 있는 만큼 누가 <삼순이>의 바통을 이어 받을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일이지만 일단 첫회 시청률에선 <루루공주>가 전국 시청률 17.8%(TNS미디어코리아)로 9.4%를 기록한 <이별대세>를 앞질렀다.

<루루공주>는 세상물정 모르고 사는 재벌집 딸 희수(김정은)가 카사노바 우진(정준호)을 만나 사랑을 알아간다는 전형적인 로맨틱코미디물이다. <김삼순>만큼이나 국민적 사랑을 받았던 SBS <파리의 연인>의 히로인 김정은과 <파리의 연인>과 SBS <봄날>을 공동연출했던 손정현 PD가 손을 잡았다는 점에서 방영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파리의 연인>과 흡사할 것이다”에서 “뻔하고 식상한 로맨스”라는 비난까지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지만 1회가 나간 뒤 시청자 게시판에는 “상큼하고 유쾌했다”는 평가와 함께 “김정은 특유의 코믹 연기가 귀엽고 사랑스러웠다”는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한 시간만이라도 달콤한 꿈속에 빠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던 김정은의 바람처럼 시청자들은 ‘현실의 공감’이 아닌 오랜만에 겪는 ‘달콤한 상상’에 즐거워했을지도 모르겠다.

<김삼순>의 첫회 시청률(18.3%)보다 불과 0.5%밖에 뒤지지 않아 <김삼순>의 뒤를 이을 유력작으로 손꼽히고 있지만 그렇다고 독주를 확신할 수는 없다. 기대만큼이나 위험의 소지가 다분하다. <김삼순> 인기의 가장 큰 요인이 현실성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인공이 모두 재벌 자제라는 설정은 <삼순이>식 드라마 트렌드를 역행한다. 연출자인 손정현 PD도 “자칫하면 계급적 위화감을 주도하는 드라마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었다”며 “그러한 우려를 잠식시키기 위해 누구나 느끼는 사랑의 감정, 에피소드로 공감대를 형성하겠다”고 밝혔지만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듯한 그들의 사랑에 시청자들이 얼마만큼이나 공감할지는 미지수다.

김정은이란 배우의 정형성도 이 드라마의 성공질주를 예상할 수 없게 만든다. 물론, 그녀가 뛰어난 코미디 배우임은 분명하지만, 이미 <파리의 연인>에서 코믹 연기를 선사한 바 있는 배우가 또 한번 코믹 연기로 정상을 정복해야 한다는 사실은 ‘잘해도 본전’의 우려가 크다. 실제 그녀 역시 “부담이 크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이별대세>가 아예 승산이 없는 건 아니다. 첫 방송에서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낮은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방송이 나간 직후 “신선하다”는 평가와 함께 “<루루공주>를 앞지를 것이다”는 조심스런 예측도 일고 있다. 대중성으로 무장한 <루루공주>가 한편으론 뻔한 드라마의 부담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MBC <단팥빵>의 이재동PD와 최강희 콤비가 호흡을 맞춘 <이별대세>는 우선 ‘이별계약’이라는 특이한 소재부터 참신하다. 일정한 조건을 충족시켜야 헤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는 “지금껏 보지 못한 새로운 소재”라는 평가와 함께 앞으로의 전개에 궁금증을 자아낸다. 이미 전작 <단팔빵>을 통해 등장인물 인터뷰 등 새로운 시도했던 이재동PD는 “황금시간대인 만큼 실험성을 가미하기는 힘들다”고 토로했지만 “하는데 까지 하겠다”는 대답에서 유쾌한 분위기를 끌어낼 것임을 유추할 수 있다. 여기에 <옥탑방 고양이> <풀하우스>를 연달아 히트시킨 민효정 작가가 합세한 것도 <이별대세>에 거는 기대를 증폭시킨다.

물론, <루루공주>보다 대중성의 코드는 부족하다. 이미 한번 호흡을 맞춘 콤비란 점은 닮아있지만 <단팥빵>은 <파리의 연인>보다 대중적이진 못했다. 하지만 “인기에 치중하지 않고 작품의 완성도로 승부하겠다”는 이재동PD의 결심이 극에서도 짜임새 있게 제대로 발휘된다면 <김삼순>이후 수목드라마 시장은 춘추전국시대가 될 것이다.

<루루공주>가 됐든 <이별대세>가 됐든 방송사들이 이번처럼 후속작에 부담은 느낀 일은 없었다는 소문이다. 하지만 드라마는 유행처럼 흘러가는 거다. <파리의 연인> 강태영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던 시청자들이 금새 삼순이와 사랑에 빠졌듯, 지금 삼순이를 잊지 못하는 시청자들 역시 곧 또 다른 누군가를 받아들일 것이다. 물론, 누가 될지는 순전히 그들에게, 아니 시청자들에게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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