팻 켁의 <메신저들>이라는 설치 작품. 로봇과 예술의 접목이다.
<아이, 로봇>의 진짜 주인공인 로봇 ‘써니’랍니다. 전 감정을 가진 완벽한 로봇이죠. 하지만 21세기 초의 과학자들이 저 써니 정도의 로봇을 만들려면 아직은 먼 것 같아요. 2035년 사람들은 써니를 모두 한대씩 갖고 있지만, 2005년엔 아직 청소 로봇 정도가 가장 대중적인 제품이니 말이에요. 하지만 제가 탄생하게 된 과정은 꽤 복잡하면서도 흥미롭군요. 오리 모양의 장난감 같은 제품에서 시작하여 점차 스스로 판단하여 길을 찾고, 외부의 환경에 따라 표정을 짓고, 사람들에게 로봇과의 유대감을 느끼게 할 정도로 멋진 친구로 발전하고 있거든요. 과학자들은 로봇에 발성 센서를 붙이기보다는 직접 성대를 만들어주는 방법을 택하고 있어요. 센서는 입력된 목소리만 낼 수 있지만, 성대는 아직 ‘어, 어’ 정도의 소리밖에는 못 내도 좀더 근본적인 해결책이니까요. 이렇게 현실에서의 로봇은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창작 작품 속에서의 로봇은 그보다 훨씬 자유롭군요. <아이, 로봇>의 각본가와 저의 창조주인 아시모프 선생의 따님으로부터는 프랑켄슈타인으로부터 써니에 이르는 로봇 문학에 대한 역사와 선생님의 멋진 비전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요. 이미 20세기 초에 저처럼 감정을 느끼게 되어 혼란에 빠진 로봇들이 소설 속에 등장했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에요. 사람과 사랑을 하기도 했다니 굉장하죠? 21세기 초의 여러분들에게, 저 써니는 아직 상상의 산물이겠죠. 하지만 이렇게 상상력과 이성으로 맹렬히 전진하는 사람들을 보면 여러분들과 제가 만날 날도 그렇게 멀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이작 아시모프의 딸 로빈(오른쪽)과 편집자 제니퍼 브렐의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