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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의 전당] 거칠고 통쾌한 범죄·형사영화의 전조, <블리트 SE>
ibuti 2005-07-29

주로 B급영화의 영역에 머물던 범죄·형사영화가 폭넓은 대중적 지지를 얻기 시작한 건 1970년 전후다. 범죄·형사영화가 대중적인 기반을 마련하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액션 장르였다. 형사들은 더이상 음침한 뒷골목을 헤매지 않고 차 위에 올라 질주하고 추적하며 충돌했으니, 관객은 사건의 해결에 앞서 그런 장면을 보며 흥분의 도가니에 빠지곤 했다. 물론 인물들도 새로운 성격을 부여받았다. 험프리 보가트, 글렌 포드, 로버트 미첨, 스털링 헤이든이 대표하는 낭만적인 얼굴의 형사와 갱들은 일과 돈에 냉정한 인물로 바뀌었으며 화면 속에 머무르기보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로 뛰어들기를 원했다. 그리고 현실과 쉽게 타협하지 않고 심지어 상관의 명령을 거스르는 형사들은 영화 속 거친 캐릭터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다.

할리우드산 새로운 범죄·형사영화의 전조로 불리는 <블리트>는 <프렌치 커넥션>과 <더티 하리>를 예견했다는 점만으로도 그 중요성을 무시할 수 없는 작품이다. 스티브 매퀸은 영국 감독 피터 예이츠가 연출한 <강도>의 추격장면을 보고 반해 그를 할리우드로 초대했다고 전해진다. 샌프란시스코 도로의 고저와 굴곡을 십분 활용한 자동차 추격장면은 이후 거의 모든 액션영화에서 끊임없이 재활용되면서 전설이 된 지 오래다. 그러나 그런 추격장면조차 매퀸이 창조한 형사의 매력을 능가하기는 힘들다. 매퀸은 자신의 대표작이 될 <블리트>에 출연해 자신의 이미지를 확립하면서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함께 리 마빈을 잇는 터프 가이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DVD에 포함된 음성해설에 따르면, 매퀸은 자신을 ‘배우’(Actor)가 아닌 ‘반응자’(Reactor)로 소개했다 한다. 스타였던 그는 대사를 상대 배우에게 모조리 넘겨준 뒤 눈빛과 표정으로 대응하며 만든 연기를 통해 과묵한 이미지를 더욱 강화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약은 사람이었던 것이다. <리쎌 웨폰>과 <유주얼 서스펙트>와 <히트>를 맛본 요즘 관객에게 <블리트>의 표현 수위는 밋밋하고 설정도 심심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할리우드가 관객의 욕구에 따라 미치도록 달려왔음을 보여주는 방증일 뿐이다.

피터 예이츠는 DVD 음성해설에서 자신이 영국 뉴웨이브의 계승자라고 밝히면서 영국 리얼리즘영화와 미국 모던 웨스턴이 섞인 작품을 만들길 원했다고 말한다. 영화에 대한 또 다른 관점을 제공하는 음성해설이다. 각각 1시간 반씩 진행되는 스티브 매퀸 다큐멘터리와 영화 편집에 관한 피처렛, 예전 영화로선 보기 힘든 10분짜리 메이킹 필름 등이 부록으로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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