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Culture > 초이스 > 음악
그와 함께 그루브하라, Jamiroquai

‘구닥다리이고 낡은’이란 수식어는 종종 ‘세련되고 쿨한’이란 뜻과 동의어가 된다. 이는 구제(舊製) 청바지, 빈티지 오디오의 경우처럼 대중음악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이다. 1970년대풍 솔/훵크(soul/funk)와 재즈, 힙합을 뒤섞은 스타일로 한때 영국 클럽가를 풍미한 애시드 재즈가 그렇다. 자미로콰이는 솔/훵크, 디스코, 재즈, 일렉트로니카 등을 절묘하게 버무린 음악을 선보이며 애시드 재즈를 클럽가에서 MTV와 대형 공연장으로 수직이동시킨 밴드다. 통산 2천만장의 판매고를 올린 이들은 한국에서도 <Virtual Insanity> 등으로 멋쟁이 청년들에게 높은 인기를 누렸으며, 그 영향은 롤러코스터, 클래지콰이 같은 밴드에 줄기세포처럼 남아 있다.

자미로콰이가 4년 만에 내놓은 6집 <Dynamite>(소니BMG 발매)는 일관과 불변의 음반이다. 물론 달라진 점도 있다. 음반 커버의 주인공이 특유의 뿔 달린 귀염둥이 마스코트가 아니라 프런트맨 제이 케이의 선명한 사진인 점은 상징적. 이는 토비 스미스(키보드)마저 탈퇴하여 이제 제이 케이의 원맨 밴드나 다름없어진 밴드의 현재 인상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음악적인 변화는 찾기 어려운데, 음반에는 변함없는 팝적 센스와 댄스 그루브가 흘러넘친다. 영화 <고질라> 사운드트랙에 실린 <Deeper Underground>를 떠올리게 하는 <Feels Just Like It Should>의 일그러진 일렉트로 훵크 사운드를 첫곡으로 배치한 것이 좀 의외일 뿐.

디스코와 솔/훵크를 결합한 타이틀곡과 <Give Hate A Chance>, 훵키한 기타와 유려한 스트링이 맛깔스럽게 어우러지는 <Starchild>, 차가운 그루브 그 자체인 <Electric Mistress> 등은 누구나 자미로콰이의 신보에서 기대하는 ‘춤과 땀의 넘버들’이다. <Seven Days in Sunny June>처럼 땀을 식혀주는 살가운 트랙들이나 부시 행정부, TV 전도사 등을 비판하는 일부 가사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플로어를 뜨겁게 달구던 1990년대 중·후반 곡들에 비해 저감도로 느껴질 이들이 일부 있을 듯. 그런데 ‘리스크를 배제한 안전빵 전략’이라든가 ‘영혼이 옅어진 그루브’라고 꼬집는 게 베테랑이자 거물 팝 밴드인 오늘의 자미로콰이에 어떤 의미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이들의 음악과 함께 오늘도 이열치열 무더위와 짜증을 이겨낼 팬들에겐 더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