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드라마 속에서 장애인은 항상 도움을 받는 전형적 인물로 그려지며, 특히 여성 장애인은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비운의 여주인공으로 나와 수동적인 이미지를 고착화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20일 장애인 261명과 비장애인 500명을 대상으로 한 ‘드라마 속 장애인 인권인식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를 보면, 장애인 55.9%와 비장애인 44.9%가 드라마 속에서 비장애인은 장애인을 ‘항상 도움을 받는 대상으로 본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왔다. 드라마 속 여성 장애인의 이미지는 여성 장애인 53.4%, 남성 비장애인 39.7%가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청순가련한 이미지’라고 답했다. 특히 여성 장애인 시청자의 30.7%는 ‘성적 매력과 거리가 먼 이미지’라고 응답했다.
드라마 속 장애인의 주요 이미지에 대해서는, ‘연약하고 수동적인 이미지’라고 생각하는 장애인이 38.2%로 가장 많게 나온 반면, 비장애인은 ‘장애극복-인간승리가 돋보이는 이미지’라고 응답한 경우가 27.5%로 가장 많았다.
드라마에서 장애인이 연출되는 장면은, ‘주로 장애 특성을 드러내기 위해 불편하고 고통스럽게 연출’하고(장애인 46.6%·비장애인 39.1%), ‘휠체어나 시각장애인용 흰 지팡이 등 장애인의 보장구를 부각시킨다’고(장애인 40.2%·비장애인 32.8%) 생각하는 것으로 나왔다.
장애인의 드라마 속 역할에 대해 장애인들은 ‘구색맞추기식으로 등장하는 정도’(35.3%)라고 생각하는 반면 비장애인들은 ‘극적 갈등의 주요 원인을 제공한다’고(31.1%)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드라마 속 장애인 가정은 ‘장애인으로 인해 가족 간의 갈등이 빈번한 가정으로 그려진다’고 본 이가 장애인 41.7%, 비장애인 35.5%로 나타났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통틀어 40.1%는 드라마가 ‘장애인의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52.8%는 ‘장애인의 긍정적인 인식변화에 기여한다’고 보는 것으로 드러났다.
장애인에 대한 긍정적 인식변화에 기여한 드라마는 한국방송 <부모님 전 상서>(52.2%), 에스비에스 <내 사랑 토람이>(19.2%)가 꼽혔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방송 제작진은 장애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릴 것 △방송사는 장애인이 등장하는 드라마를 평가하는 장애인 모니터요원을 적극 고용할 것 △피디연합회·방송작가협회 등은 방송 제작진을 대상으로 한 양성·보수 교육 과정에서 장애인권교육을 정규화할 것 등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