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오락 프로그램의 선정성 문제가 하루이틀 일이 아니지만, 이젠 그 수위를 한참 넘어섰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19일 밤 방송된 에스비에스 <김용만 신동엽의 즐겨찾기>(연출 박재용, 김재혁) ‘괌 특집’ 편은 연예인들의 사생활로 범벅된 수다판에 더해, 출연자들의 지나치리만치 과감한 의상과 성추행적 행위 따위로 더욱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더구나 괌 관광청 등의 협찬을 받아 제작에 나서, 특정 호텔을 수십 차례에 걸쳐 지속적으로 화면에 노출시킨 것은 도를 넘어선 간접광고라는 지적이다.
이날 방송은 크게 세 꼭지로 진행됐다. 이 가운데 ‘당신이 잠든 사이에’가 가장 선정적이고 자극적이었다. 이른바 ‘스타침실 습격사건’이라고 이름붙인 이 꼭지에서, 진행자 김용만과 이성진은 늦은 밤 출연자들의 숙소에 들어가 ‘특정 임무’를 해내는 역을 맡았다. 여성 연예인 사강의 방에서 벌어진 이른바 ‘흡입력 게임’에선, 입술 모양의 종이를 입에서 입으로 옮겨 입맞춤을 하는 듯한 몸동작을 보였다. 탤런트 오윤아와 가수 채연 방에서는 이성진이 같은 침대에서 자겠다고 발버둥치는 모습도 여과없이 방송됐다. 성추행으로까지 볼 수 있는 장면들이었으나, 출연자들은 마치 자신들끼리 놀러온 양 경박한 태도를 있는 그대로 드러냈다. 김용만 스스로도 “이런 걸 왜 하나 싶은데…”라고 할 정도였다. 남성 가수 듀오 ‘캔’의 방에서는 멤버 배기성이 속옷 차림으로 있는 모습이 부분 모자이크 처리만 된 채 보여지기도 했다.
게다가 늦은 밤 호텔에서 시끄럽게 노래 부르고 소리 지르는 것이 외국 관광객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춰졌을지는 상상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또한 일부 출연자들은 한국말을 알지 못하는 외국인들을 향해 “(나를 좋아해서) 몸서리를 친다”는 등의 비하적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밖에 여성 출연자들이 앞 가슴 쪽이 깊게 패인 옷을 입고 몸을 숙여 게임을 하는 모습 등은 의도적인 시선끌기 수법이라는 혐의가 짙어 보였다.
간접광고도 지나쳤다. 진행자 김용만이 “한 폭의 그림같은 괌의 호텔 비치”라는 말로 시작해, 수십여 차례에 걸쳐 풀샷으로 혹은 배경으로 호텔 건물이 화면에 노출됐다. ㅇ호텔이라고 머릿글자로 자막 처리를 했으나, 프로그램 끝에선 ‘촬영협조 아웃리거 호텔’이라고 적시했다. 제작비의 대부분을 괌관광청 등의 협찬을 받았다지만, 이 정도면 광고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시청자들도 게시판을 통해 항의했다. ‘노승진’씨는 “자고 있는데 몰래 들어가 촬영한 게 보기에도 민망하고 옳은 행동인지 의심스럽다”며 “방송 출연자들이라도 사생활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성희’씨는 “호텔에서 자는 데 들어간 것은 일본 프로그램 판박이”라며 “다른 관광객들도 있었을 텐데, 그들에게 우리나라가 어떻게 비춰졌을지 걱정된다”고 적었다.
이에 대해 김혁 책임프로듀서는 “관행대로 제작비 협찬을 받아 합법적으로 제작한 것이지만, 간접광고 등과 관련해선 정해진 규정이 없어 피디의 양식에 맡긴다”며 “(특정 호텔) 노출이 과다하다면 경고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또 “사회가 개방화되고 있어 드라마도 표현의 범위가 넓어지는데, 예능프로는 드라마 수위에 맞춰 가는 것”이라며 “간접광고 등과 관련해서는 노출 횟수 등 규정을 세우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