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 하나. ‘동부 유럽 카프카스 지역에 있는 이 나라는 과거 소비에트 연방의 일부였으며 현재는 독립국가연합(CIS)의 일원입니다. 아제르바이잔, 터키, 이란, 그루지야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내륙국가로, 인구는 300만명 남짓이고 면적은 남한의 약 1/3 이하입니다. 고유의 언어와 종교를 가진 이 나라는 어디일까요?’ 5초 이내에 아르메니아(Armenia)라고 답변한다면, 퀴즈 영웅의 자격이 있는 사람일 것이다.
시스템 오브 어 다운(System of a Down)은 아르메니아계로 구성된 미국 밴드다. ‘인종의 도가니’라 부르는 미국이지만, ‘아르메니아계 메탈 밴드’라면 특이하달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이들의 독특함은 백인 일색 메탈 신의 소수인종 밴드란 사실을 넘어 음악 자체에 있다. 스래시 메탈, 펑크, 랩/힙합 등을 뒤섞은 뉴 메탈(nu-metal)에 속하지만, 러시아, 동유럽, 중동풍의 감성을 버무려 여타 뉴 메탈과 변별되는 개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 이들의 통렬한 비판적 메시지도 마찬가지다.
시스템 오브 어 다운의 3집 <Mezmerize>(소니BMG 발매)는 이들의 비범한 음악세계를 변함없이 보여준다. 서정적인 인트로 <Soldier Side>가 ‘폭풍 속의 고요’임을 깨닫는 데는 1분이면 족하다. 뒤이어 격렬한 헤비 사운드가 연이어 쏟아지기 때문. 광인(狂人)처럼 혹은 신들린 듯 토해내는 세르이 탄키안의 보컬과 고막을 찢을 듯한 다론 말라키안의 육중한 기타, 심장을 터뜨릴 듯한 베이스와 드럼은 헤드뱅잉과 거친 모싱 춤을 자동으로(!) 유발한다. 부시 행정부 비판과 반전(反戰) 메시지를 담은 첫 싱글 <B.Y.O.B.>는 함축적 트랙. 맹렬한 사운드에 얹히는 격노한 외침(“왜 대통령들은 늘 가난한 사람들을 (전쟁터로) 보내는가”)과 R&B풍의 멜로디(“모두들 파티하러 가서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가 절묘하게 대비된다.
하지만 이들이 ‘꽉 막힌 꼴통’은 아니다. 프랭크 자파(<This Cocaine Makes Me Feel Like I’m on This Song>), 퀸의 오페라틱 록(<Cigaro>), 흥겨운 스카/폴카(<Radio/Video>)를 명민하게 녹여낼 줄도 안다. 더러 엽기적으로까지 느껴지는 위트는 누구나 인정하는 이들만의 특장점. 신구(新舊) 메탈 마니아뿐 아니라 일반 록팬까지 폭넓게 즐길 수 있는 화끈하고 뛰어난 음반이다. 참고로 올 가을에 후속편 <Hypnotize>가 나올 예정.